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소장 Sep 05. 2022

긴글의 씨앗들

소설가 김훈의 결혼식 주례사를 우연히 본 적있다. 대충 내용이 이렇다.


' 사랑은 도저히 믿을수 없는 것이죠, 부부가 사랑으로 산다는 이 거짓말을 제가 여기서 할수는 없는것이죠, 그건 완전한 쌩거짓말입니다......중략....... 부부는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사는 것이죠. 사랑은 가버리고 연민만 남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란 연민의 대상인 것이죠. 오늘 부부가 될 이 젊은이들에게 당부합니다. 서로 사랑하지 마세요. 연민하세요. 서로 마주칠때마다 연민의 정을 느끼세요. 그러면 오래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연민이라, 조금 다른 말로 하면 '정'이 아닐까. 존재가 존재에게 이유없이 가혹하지 않게 같은 시간을 사는 존재로서 대우하는 것. 걱정하고 접촉하는 것. 그런게 정. 


우간다의 어린이에게 달에 몇만원씩 후원금 보내는 사람에게, 우리나라도 굶는 사람 많다며 빈정대는 이가 그런 이웃들에게 작은 적선 하나 하는걸 나는 본 적이 없다. 로드킬 당한 동물이나 길 헤메는 강아지를 가여워하지 않는 이가 어려운 타인에게 걱정,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 역시 본 적이 없고. 


정이란 생각만큼 그리 간단치가 않은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불 필요하게 냉정한 순간을, 살면서 자주 본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