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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12. 2023

사방에 얼굴이 있다

동시대 아티스트 #미국편 ⑩ 조지 콘도 (3)


조지 콘도가 그린 얼굴들


조지 콘도의 작업실, George Condo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Wallpaper

우리는 작품을 통해 아티스트가 세상을 읽는 방식을 경험한다. 삶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 아티스트는 자기만의 시선을 투영해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은 창작 당시 아티스트의 관점을 응축해놓은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뉴욕, '뉴 뮤지엄'에서 진행됐던 조지 콘도의 'Mental States' 전, ⓒPaul van Esch

조지 콘도는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한 화폭 안에서 입체적으로 그린다. 그중 '초상'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다. 콘도가 매료된 초상의 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그 일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① 광대 (Jester)


'Jester'는 과거 궁중에서 왕을 위해 존재하던 광대를 의미한다. 그래서 커다란 모자, 복잡한 결의 목도리, 나풀거리는 소매 등 화려한 차림을 하고 있다. 조지 콘도는 1985년부터 광대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가 광대에 끌렸던 이유는 우스꽝스러움과 혐오스러움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게다가 현재에 없고 과거에만 있었던 역할이라 환상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① 조지 콘도, 'Study for the Jester'(2003), ⓒMoMA / ②조지 콘도, 'The Jester'(2003), ⓒInvaluable

콘도는 광대의 양면성에 주목하여, 사람들이 가진 여러 심리 상태를 광대로 비유한다. 2003년에 제작된 두 작품을 보면,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표정과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자세를 볼 수 있다. 

조지 콘도 'Jester'(2012) 시리즈 순서대로 1, 5, 10, ⓒThe Metropolitan Opera House

2012년에 제작된 광대 시리즈는, 늘 혁신적인 시도를 추구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2013년에 단독으로 최초 공개되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진행됐던 'Jesters 전', 2013, ⓒThe Metropolitan Opera House



② 카툰 (Cartoon)


예술과 대중, 친숙함과 색다름을 연결하기 위해선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 익숙함에서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새로움을 만드는 한 가지 방식은 '카툰'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카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은, 대중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동시에 친숙함이라는 이름으로 매몰되었던 다른 면을 주목하게 만든다.

조지 콘도가 톰과 제리를 제작한 해나-바베라 프로덕션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카툰 추상화. 'Cartoon Abstraction'(2010), ⓒPhillips
해나-바베라 프로덕션의 캐릭터들, ⓒHanna-Barbera

조지 콘도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황금기였던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제작됐던 카툰을 재해석했다. 주로 해나-바베라, 워너 브라더스 등 유명 제작사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① 조지 콘도가 루니 툰을 재구성해 제작한 카툰 추상화. 선과 색이 해체되어 있다. George Condo, 'Cartoon Abstraction (2009)', ⓒNoirmontartproduction

②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했던 루니 툰. 1930년~1969년 사이에 극장용 단편으로 제작되었다. ⓒWarner Bros


작품 속 캐릭터들은 스크래치 된 선들로 복잡하게 연결된다. 콘도는 캐릭터들을 서로의 경계에 걸쳐놓으며, 기존 카툰의 깔끔한 채색 방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당시와 지금을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카툰'이라는 소재 속에는 그 시대와 나라가 향유했던 문화가 있고, 콘도는 지금 시대를 반영해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① 조지 콘도가 드루피를 재해석한 드루피 추상화. George Condo, 'Droopy Dog Abstraction (2017)', ⓒHOFA Gallery 

② 메트로-골드윈-메이어에서 1940년대에 제작한 드루피, ⓒMetro-Goldwyn-Mayer



③ 상상 속 존재 (Imaginary Creature)


① 조지 콘도, 'Big Red'(1997), ⓒHauser & Wirth

② 조지 콘도, 'Red Antipodular Portrait'(1996), ⓒE-Flux

③ 조지 콘도, 'Untitled (1997)', ⓒArtsy

④ 조지 콘도, 'The Escaped Hippies (1998)', ⓒSotheby's


사람일까? 귀가 있을 법한 자리에 날개가 달린 것 같기도 하고, 눈 모양은 정말 눈이 맞는 걸까 의심까지 하게 만든다. 조지 콘도의 그림에는 상상 속 존재들이 있다. 부푼 뺨, 튀어나온 치아, 과하게 큰 눈 등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형태와 비율을 으깨고 토막낸다.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의 모습을 거부하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이 존재는 우리 안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은밀한 마음을 나타낸다. 나조차도 미처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색다른 면. 이는 매끈하지 않고 미화되지 않은 존재들로 대변된다. 



번외) 조지 콘도의 자화상


이렇게 많은 얼굴을 그린 아티스트라니. 이쯤 되면 아티스트의 자화상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조지 콘도, 'Self-Portrait'(1983), ⓒPhillips

① 조지 콘도, 'Self Portraits Facing Cancer 1 (2015)', ⓒThe Broad

② 조지 콘도, 'Self Portrait in Paris I (2018)'. ⓒArtsy


조지 콘도의 초기작인 만큼 우리가 알고 있던 화풍과는 조금 다르다. 콘도는 암과 싸운 적이 있다. 2015년, 그 심정을 담은 자화상을 그렸는데, 다양한 색채가 가득하던 작품들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이때 그린 자화상에 대해, 2019년에 다른 작품을 발표하며 언급하기도 했다. '건강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그러나 더는 흑백이 아니라 초록과 노랑을 가득 담는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조지 콘도만의 색와 화풍이 가득한 그림을 더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2018년에 그렸던 자화상처럼. 




나는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 - 조지 콘도


*표지 : 조지 콘도, 'Birdbrain'(2018), ©artandobject



 |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 2021년 12월 4일, '네이버 메인' 공연전시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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