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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치 Jan 09. 2024

위로의 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날들이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요양보호사가 오시니 그나마 좀 안심이었고 일요일에는 동생과 내가 번갈아 엄마집에 가야했다.

토요일부터 엄마 집에 가서 뭘 해드려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도 장을 봐서 가는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너무 힘든 날에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우울해졌다.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내가 먹고 싶은 게 없다는 엄마를 위해 어떤 음식을 해야할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차려드린 음식을 잘 드시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엄마는 '맛있다'라고는 하시지만 모래알 씹듯 한 끼를 때우는 듯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요양보호사가 챙기지 못하는 집안일을 좀 하고 엄마와 마주 앉는다.


"내가 뭘 얼마나 먹는다고 보호사는 하루종일 부엌에서 뭘 한다."


엄마가 요양보호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모든 집안일이 엄마의 방식대로 착착 정리되고 청소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인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밖에.


'엄마. 엄마도 집안일 해봤으면서 그래. 아무리 한사람 식사더라도 해야할 건 다 해야돼.'


물론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엄마의 부정적인 말들을 듣고 세상에 미련없는 표정을 보고 나올 때면 이대로 바로 집으로 갈 수가 없다.

근처 카페에 앉아 멍때린다.

쓴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까눌레를 하나 먹으며.


이제 집에 가야지.

1시간 좀 넘게 운전해서 도착했다.

지금쯤 우리 아들은 자고 있겠지.

잠들기 전에 내가 도착하면 잠이 달아날까봐 일부러 잠이 들면 들어간다.

슬그머니 안방문을 열고 쌕쌕 자고 있는 아들의 평온한 얼굴을 들여다본다.

오늘은 숨소리가 고른 거 보니 편안히 잘 자겠네.

뒷통수에 땀이 아직 나는 거 보니 아직 깊은 잠은 안들었네.

가만가만히 머리카락을 쓸어준다.

아직 가느다란 너의 머리카락. 아직 남아있는 아기냄새. 아직 작은 너의 손가락.

옥수수 낱알같이 생긴 발가락.

하나하나 다 만져보고 잠시 옆에 가만히 누워 아들얼굴을 본다.

오늘은 엄마가 없는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니. 엄마는 오늘 좀 힘들었단다.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받는다.


"엄마!"

다음날 아침 아들이 먼저 눈을 뜨고 나를 부른다.

"어, 아들 잘잤어?"

"응"

"어제는 뭐하고 놀았어?"

"고모랑 블럭하고 놀았어."

"그랬구나. 어제 엄마가 자고있을때 사랑한다고 얘기했는데, 혹시 들었어?"

"응! 그럼~마음으로 들었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마음이 찡하다.

너는 나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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