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디스트 Sep 01. 2023

매일매일 좋은 날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매일 좋은 날인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있다 하더라도 잠깐일 것이다.


그런데 옛 한 도인은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 했다.

그는 도인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

책임질 가족도 없고, 책임질 세상일도 없으니 매일매일이 당연히 좋았겠지.

하지만 그런 그도 매일매일이 좋은 날일 수는 없었을 텐데.

먹을 걱정도 해야 하고, 입을 걱정, 다리 뻗고 누울 자리걱정도 있었을 텐데.

어찌 그는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 했을까.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내려놓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그리 말한 것일까.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나쁜 일이 함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 같은 범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좋은 일이 있었던 날은 당연하니 시비 걸게 없겠다.

그러나 나쁜 일이 있었던 날은, 그것도 아주 심각한 하루였다면 이 말은 틀림없이 틀린 말이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믿게 하는 일이 내게 생겼다. 

하는 일에 단기간 사람이 필요해 구인광고를 냈다.

여러 명이 지원했고, 그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한 분에게 연락을 했다.

그분은 사무실로 면접을 하러 왔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1차 전화면접을 하면서 다른 면접자와 착오를 일으켜 잘못 연락이 간 것이었다.

그녀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주 언짢은 표정과 함께 나가버렸다.

며칠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했지만 그녀는 아주 높은 소리로 내게 화풀이를 했다.

아마 바라던 일인데 놓쳐서 일수도 있고, 그저 자존심이 상해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모든 것은 내 잘못이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에 나도 화가 치밀었다.

그녀의 모욕적인 말들을 간신히 넘기며 일은 일단락되었다.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갑자기 몇 달 전 일이 데쟈부처럼 떠 올랐다.

내 휴대폰 번호로 문자가 왔다.

내용은 모임이 있으니 참석여부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낯선 번호였고 내용도 나와 상관없어 그냥 무시했다.

그런데 늦은 밤까지 몇 번이고 재촉 문자가 왔다.

참다못한 나는 다음 날 발신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해당사항이 없는 사람이니 그만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내 목소리가 짜증 섞인 목소리였는지 그녀는 처음엔 미안해했지만 딱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그냥 문자로 하시면 되지 굳이 이렇게 전화를 걸어 시비투로 말을 해야 했는지.

나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대뜸 높은 소리로 화를 내고 말았다.

나의 래퍼와 같은 불만의 소리는 그녀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끝났다.

혹 내게 심한 말을 들은 그녀가 내게 심한 말을 한 그녀가 아닌가?

물론 아니다.


인과법칙!


내가 저지른 카르마는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

그 화살이 날아오는 시기는 예측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반드시 온다.

이제야 왜 매일매일이 좋은 날인지 알게 되었다.

나쁜 일이 일어난 날은 내가 언젠가 잘못을 저지른 일에 대한 청구서가 날아온 날이다.

이제 드디어 묵은 빚을 갚을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이 얼마나 기쁜 날인가!


그러니 좋은 일이 있는 날은 그래서 좋은 날이고, 나쁜 일 일이 있는 날은 그래서 좋은 날이다.

드디어 좋고, 나쁨에 대한 자유를 얻었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의 조건 2 ...영원한 하루살이에 대한 자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