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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Mar 11. 2024

커다란 밥

무릎을 맞대고 앉아 지구를 흉내 낸다. 뇌의 절반은 물로 차 있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용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색으로 입은 나무조각을 든다. 거칠어진 숨을 몇 번 뱉고 나면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눈으로 물을 내보낸다.


슬픔은 쏟은 만큼 사라진다. 떠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해둔 커다란 밥. 먹지도 버리지도 못한다. 그러는 사이 한 명씩 퍼간다. 내가 겨우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남아있는 밥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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