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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Feb 14. 2024

걔가 이런 글 쓰지 말라고 하면 그만둘 거야

여전히 아름답더라.

반갑게 내 허리를 두르고 나에게 말을 걸어,

깜짝 놀란 나는 어안이 벙벙해.

어제 너 이야기를 많이 했어. 그래서 너를 만났나?


만나보니 알겠다. 이제는 네가 이전만큼 떠오르지 않고 눈물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두근거린다. 예지몽이었으면 좋겠어.


무르지만 칼 같은 네게 기대할 수 없다. 뭐 혼자만의 착각인데. 걔가 부담 가질 만한 것들은 모두 정리했다. 혼자 빠져있게 내버려 둬. 친구들은 최소 이년은 아프다는데. 나는 겨우 삼분의 일을 통과하고 있다.


누군가 이름의 뜻을 물어봤다. 그런 건 없어. 걔가 눈치채지 않았으면 해서 갑자기 만들었거든. 피해 주고 싶지 않아. 구질구질.

 

친구가 내게 엉뚱한 질문을 했다. 걔가 만약 다시 만나자고,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할래? 질문에 설레는 건 뭔데. 그럴 일은 없어. 그러나 "갈래."라는 말은 쉽게 나왔다. 해외에 가자고 했어. 그때도 갈 마음이 있었거든.


근데 또 시간은 필요해. 똑같은 나라면 걔를 힘들게 할 것 같거든. 난 잠깐을 원하는 게 아니야. 길고 긴 장편소설을 쓰고 싶어. 소설의 주인공이 되려면 자격이 필요해. 자격을 취득하고 그 뒤에 만나고 싶어. 떡 줄 사람은 없는데 혼자 계획을 세운다.


어쩌라고. 걔가 이런 글 쓰지 말라고 하면 그만둘 거야. 그렇지만 걔는 절대 몰라. 나에게 관심이 없거든. 망상도 락받아야 하니? 슬픔은 오로지 내 몫이다. 원하지 않지만 바꿀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마음. 그게 바로 슬픔이야.


오늘도 눈물 좔좔. 안구건조증은 걱정 없다, 얘

사실은 따뜻한 눈빛, 다정한 목소리, 포근한 품, 개구쟁이 웃음, 양배추롤, 너무 그리워. 나는 마음껏 그리워한다. 고갈될 거라 생각하고.


아니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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