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핌피바이러스 Nov 26. 2022

프리마켓 완판의 꿈

천천히 그치만 꾸준히 

2022년 8월 초. 이제 회사의 이름도, 우리의 정체성도 정해졌다. 핌피바이러스, 임시보호를 안전하게 중개해주는 회사. 물론 여전히 뭘로 먹고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대로 이것저것 지원하고 신청해보기 시작.


그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반려동물을 주제로 열리는 한 나이트마켓에서 참가 신청이 확정된 것이다. 대부분 마켓 등이 참가비가 있는 데 반해 이곳은 모두 무료였고, 부스도 제공해주는 형태였다. 사실 우린 아직 아무런 팔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지만 안돼도 본전이지 하는 생각에 무작정 신청했던 것이 덜컥 되어버렸다. 자, 그럼 이제부터 뭘 할지 고민해봐야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열심히 회의를 거쳐 프리마켓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정했다. 

[ 홍보 ]

-임시보호의 중요성 알리기 > 패널/홍보물 제작 
-유기동물 돕기 레벨 테스트 > 테스트 제작 
-핌피바이러스 브랜드 홍보 > 홈페이지/인스타 등 소개 
-유기동물 인식 관련 설문조사 > 설문지 QR 연결 
[ 판매 ]

-강아지/고양이 장난감 > 도매 주문 
-강아지 생분해 배변봉투(풉백) 

-반려동물 파스텔 초상화(by 정우)
-크리스마스 예약 엽서 발송 
-랜덤 뽑기 > 뽑기 판 제작 

-핌피바이러스 자체 굿즈
 타투 스티커 / 엽서 / 스티커 / 티셔츠 > 굿즈 디자인 및 주문 제작 




마켓 당일, 난생처음 방문하게 된 인천 연수구의 트라이보울은 꽤 유명한 곳이었는데, 거대한 그릇 세 개가 연결되어있는 상징물 때문에 '트라이' 보울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 으리으리한 구조물을 중심으로 넓은 공원과 분수대가 펼쳐져 있었고, 평소에는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와 공연 마켓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모양이었다. 트라이보울 덕분에 연수구의 첫인상이 정해졌다. 이 동네, 99%의 확률로 엄청 비싸겠구나...

열심히 부스 준비중.. ing 

'유기동물 임시보호 홍보' 및 '관련 굿즈 및 반려동물 용품 판매'의 목적으로 참여하게 된 우리는 캠페인성을 띄고 있는 덕에 넓은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트라이보울 주최 측에서 더 많은 분들이 우리 캠페인에 참여하였으면 하는 마음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시기까지! 덕분에 유료로 판매할 예정이었던 타투 스티커는 무료 증정 이벤트로 전환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애기들한테 인기도 짱! 

우리처럼 '워크숍' 형태로 참여한 팀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판매하러 나오신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마켓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꽤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셨고, 특히 유기동물을 돕는다는 말에 물건 여러 개를 구매해주시는 분도 계셔서 '아니, 이러다 우리 순식간에 완판하는 거 아냐...?' 하는 행복한 꿈을 잠시나마 꾸기도. 

완성된 우리 부스의 모습!

비록 완판의 길은 멀고도 험했으나 우리 부스가 인기가 많았던 것은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 현장에서 꽤 많은 분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셨고, 임시보호에 관심이 있다며 예비임보처 신청을 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특히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강아지를 산책하며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다가와서 우리 아이도 유기견 출신이라거나, 현재 임보를 하고 있는 아이라거나 등 반가워하시며 응원해주셔서 더욱 힘이 났던 기억. 온라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일도 꼭 필요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하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수도 줄어든다. 도매로 떼온 장난감, 풉백은 완판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굿즈도 많이 팔아보겠다고, 포장용 예쁜 종이봉투를 손으로 일일이 접어 왔는데 한 상자 가득 남았다. 티셔츠는 주문 제작이라 그런지 아니면 단가가 높아서 그런지 한 장도 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오일파스텔은 한두 건 정도 주문이 있었고. 

우리의 첫 공식 활동! 무사히 마무리.

이 날 프리마켓으로 인해 올린 매출은 45만 원 정도였다. 거기서 비용을 제하면 남은 수익금은 20만 원 정도 되려나. 인건비도 되지 않을 귀여운 금액이지만, 핌피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앞에 선 첫 공식 활동이었기에 충분히 뜻깊었다. 


돌아와서 각각 마켓에 대한 피드백을 작성했다.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모자랐는지. 부족한 것도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일단은 해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각,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무엇보다도 나는 우리가 함께여서 좋았다. 나 혼자서는 절대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을 든든한 3명의 팀원이 있었기에(그리고 고마운 지인들까지) 그리 어렵지 않게, 심지어는 제법 즐겁게 해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혼자 일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야 아무 걸림돌 없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랬기에 이제까지의 나는 장거리에 약했다. 멀리 가려면 결국에는 동지가 필요하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핌피와 오래오래 함께하는 꿈을 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 이름 짓기 쉽지 않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