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맞는 스타트업 팀원, 어떻게 구하지?
동물에 관련된 소셜벤처를 해보자. 그중에서도 유기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회사를- 거창한 마음을 먹기는 했는데, 역시 혼자서는 막막하다. 일꾼으로서 나의 장점은 추진력과 결단력이 좋다는 것, 단점은 지구력과 끈기가 약하다는 것... 그러니 이 일을 혼자 한다면 한순가 화르륵 불타올랐다 한 달 후 재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왕 할 거 제대로 하자 싶어 함께할 팀원, 동지를 모집해보기로 한다. 스타트업 팀원 모집 플랫폼인 비긴메이트에 몇 번 글을 올려보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다. 당연하다. 아직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일반 스타트업도 아닌 소셜 벤처. 애초에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인 곳이 아닌데 누가 뭘 믿고 함께하겠다고 나서 줄까.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나의 팀이 되어줄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답은 명확했다. 나만큼이나 동물을 좋아하고,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 그 동물들을 돕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무급으로 바칠 수 있는 사람.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이 비긴메이트에 모여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시류에 민감한 사람들. 인스타엔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방향을 인스타 광고로 틀어보기로 한다.
미리캔버스에서 인스타용 모집공고를 뚝딱 만든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줄 수 있는 월급은 없으나, 적어도 내가 믿을만한 리더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자잘한 신상을 공개했다. 광고 계정을 타고 내 인스타 프로필로 넘어오면 더욱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헛소리를 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은 줄 수 있겠지.
그리고 광고를 돌렸다. 타깃은 20~40대, 동물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서울에 거주 중인 사람들. 예산은 총 10만 원. 5만 원씩 이틀 동안 돌려보기로 한다. 광고 링크는 구글폼으로 만든 지원서로 연결해놓았고, 추가적으로 제출하고 싶은 포트폴리오가 있을 경우에는 메일로 보낼 수 있도록 안내했다.
과연 이 뜬금없는 광고를 보고 지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딱 한 명만 들어와도 좋겠다 싶었는데 아직 하루가 안 된 다음 날 저녁쯤 구글폼을 확인하니 놀라운 숫자가 떠 있다. '9명 응답'.
아니 이게 뭐야? 이걸 보고 진짜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읽어보니 세상에, 글자 수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장문으로 성심성의껏 작성한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분야도 다양하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 하나 없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아, 어쩔 수 없이 세상은 아름다워. 인간은 선한 존재인 게 분명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성선설을 믿을 테야.
이틀 동안 20여 개의 지원서가 들어왔다. 메일로 들어온 포트폴리오도 제법 있었다. 연령대도 커리어도 다양했지만 여성이 약 80% 였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대가 가장 많았다. 그러니까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지만 초기 팀원 3~4명을 생각하고 있는지라 선택을 해야만 했다. 지원서를 꼼꼼히 읽으며 인터뷰 대상자들을 추렸다. 아직 만나보지도 않았지만 꼭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정성스럽게 써 주신 분들도 계셨고, 스펙이 너무 화려해서 지원해주신 것만으로 감격인 분들도 있었다.
내가 기획자 겸 마케터 역할을 할 수 있으니 디자이너, 개발자를 뽑기로 결정했고 마음속 우선순위를 정해두었다.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정성스레 쓴 문자를 발송하니 기다렸다는 듯 답장이 오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우선 유기동물 소셜벤처 팀원 모집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평소 가능하신 요일 및 시간대를 말씀 주시면, 일정을 최대한 조율하여 몇 가지 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인터뷰는 쌍방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기 위한 자리로, 부담 없이 편하게 와주시면 됩니다. :)
인터뷰 장소: 관악구 XX동 ㅁㅁ건물 123-4
인터뷰 비대상자에게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지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지금은 함께할 수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진심이었다. 내가 감히 뭐라고 타인을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누군가를 거절해야만 한다는 과분하고 죄송한 마음. 동시에 꼭 성과를 거둬서, 아무것도 없는 내게 뜻을 모아주셨던 그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하자고 굳게 다짐해본다.
인터뷰 대상자는 총 6명이었다. 얼마 안 남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참가하려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 면접을 마치고 최종팀을 구성해야 한다. 정말 여기서부터 무언가가 시작되는 걸까, 심장이 세차게 뛴다.
면접은 어떻게 보고, 누구를 뽑았을까?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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