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한 여섯 번째 퍼즐.
* 본 글의 내용은 실제가 아니며, 각색한 내용임을 먼저 밝힙니다.
#1
신선가정간편식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파는 제품은 꽤 독특합니다.
레토르트 등의 후공정을 통해 맛과 식감이 죽어버린 3분 요리나
냉동 만두 같은 것을 파는 것이 아니죠.
정말 엄마가 집에서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아침에 직접 손으로 재료를 다듬고 직접 볶거나, 구워 요리를 만든 것을
당일에 판매합니다.
거기에 밑반찬부터 국과 탕 그리고 메인요리까지 있기 때문에,
여기 있는 제품만으로도 근사한 한 끼를 차리는데 문제가 없죠.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남편과 아이에게도 죄책감 없이, 내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반대로 그만큼 신선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가게는 꽤나 단골도 있었고,
동네에서 소문이난 유명한 가게였습니다.
#2
하지만 가게 사장님에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이유를 살펴봤더니 고객층이 얇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하니,
대량 생산이 어렵고 그래서 일단 가격이 좀 비쌉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씩만 팔면, 도저히 이윤이 남지 않아 최소 구매 금액이 좀 높습니다.
그래서 이 조건에 맞춰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려면,
평균적으로 5개 이상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1-3인가구는 5개의 제품을 짧은 유통기한에 소비하기 어렵습니다.
집에서 밥 먹는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하고 말이죠.
즉, 4인 가구 이상에 내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로 제한됩니다.
#3
그런데 옆 슈퍼를 보니, 사람이 드글드글합니다.
우유에서부터 계란, 파, 라면 등 누구나 좋아하는 물품으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들어오고, 누구나 쉽게 구매합니다.
그래서 가게 사장님은 생각했습니다.
‘어느 가정에서 먹는 우유나 계란을 우리도 팔면, 1-3인 가구도 우리에게 들어와 살 수 있을 거야.‘
’ 유통기한 짧은 제품만 구매해야 하는 부담을 낮춰져서 고객이 늘어날 거야.’
그래서 A 또한 조금 다른 슈퍼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신선가정간편식을 메인으로 하지만 우유, 치즈, 계란, 파 등 마켓에서 파는 요리 재료나 빵, 시리얼, 샐러드 등을 갖춘 분명히 다른 슈퍼가 되기로 말이죠.
차별화도 되고, 소비자들이 분명 좋아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자,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4
정답은 대실패였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은 들어와서 구경하고는 그대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원래 단골들은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머뭇머뭇하며 가게를 떠난 뒤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소비자들이 활발하게 들어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문제는 바로 우리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나머지
우리 고객과 일반 슈퍼 고객의 차이점을 내 마음대로 해석해 버린 것입니다.
애초에 신선가정간편식을 사 먹는 우리 소비자들의 냉장고에는 우유도 샐러드도
각종 요리 재료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요컨대, 온갖 조사에서는 샐러드가 인기가 많다고 하고, 간편식이 인기가 많다고 하니,
그 두 가지가 한 사람의 장바구니에 모두 담긴다고 착각을 한 것입니다.
전체 소비자가 모두 샐러드를 담는다고 ‘평균의 함정’에 빠진 셈이죠.
각종 조사에서는 샐러드가 50% 이상 성장했다고 떠들어댔지만,
하지만 실제론 샐러드는 30대 이하의 젊은 여성들의 장바구니에 2~3배 담겼을 뿐,
신선가정간편식에 관여도가 높은 소비자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 고객이 우리 가게를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요리를 잘 못하거나, 요리하기 싫거나였지 않았을까요?
그런 소비자에게 대부분의 요리를 하는 소비자들에 필요했던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그럴듯한 생각이었을까요?
#5
고로 성공한 마케팅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데이터나 조사 그리고 발견을 있는 그대로 믿기보다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쪼개고 디테일하게 적용시켜 볼 줄 아는
수고스러움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소비자가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떠한 요소로 변화될 것인지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트렌드 따라 출시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묻혀버리는
99%의 제품 혹은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마케터는 산과 나무를 함께 볼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