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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록 6시간전

내적암살


 마음속에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는가?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그렇게 아주 많은 사람을 죽여본 거 같다. 어떤 사람들을 얼마만큼 죽였는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이다. 누군가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작든 크든 상관없이 마음에는 그 사람들의 부피가 있는 그 어떤 존재감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기준을 들이대 사람을 이리저리 갈라놓으며 그들을 내 마음속에서 삭제하고, 어떨 때는 아주 강한 미움을 무기로 삼아 그들에게 내적세계에서 마음껏 폭력을 행사하며 없앴다. 그 모든 일은 나의 뻔뻔한 얼굴 아래,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나는 이것을 ‘내적암살’이라고 부른다. ‘내적살인’이라고 부른 적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암살이 맞는 것 같다. 이것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서, 내적세계의 그들은 어떤 낌새도 느끼지 못하고 무력하게 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이 내적암살은 그들을 현실에서 대할 때도 드러난다. 그렇게 결국은 드러난 나의 마음이 그 현실의 관계마저 완전히 죽게 만든다. 그것이 나의 내적암살의 전 과정이다. 이는 일방적인 폭력이라, 그래서 암살이 된다.


 그렇게 놓친 인연과 마주침이 얼마나 될까? 그 모든 것이 아쉬워졌던 적이 있다. 타인이라는 존재가 가진 각자의 세계를 마침내 알게 되었을 때다. 내 수준으로 밖에 보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고 편협한 기준으로 타인을 속단해 결국에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나도 내적암살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세계를 알게 되는 나의 큰 기회도 잃어버렸을 것이 거대하게 잃어버린 미지의 세계들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깨닫는다. 내가 다른 이들을 죽인 나의 내적암살은 결국은 어떤 세계의 나를 죽이는 내적자살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어서 깨닫는다. 나도 나의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해, 그들을 죽이며 나 또한 스스로를 아주 적극적으로 죽이고 있었다는 것을. 나의 내적암살은 내적자살이었다.


 지금도 나는 내적암살을 멈추려 애쓴다. 결국에는 그 암살의 총구가, 폭력이 결국은 스스로를 향하는 내적자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질문들

1. 마음속에서 없애버린 사람들 중 후회하는 사람은?

2. 가장 많은 인연을 잃게 한 나의 기준은?

3. 가장 최근에 마음속에서 없애버린 사람은?

4. 가장 많이 죽인 나의 부분은?

5. 아직도 묶여있는 나의 가장 강력한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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