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계학, 나아가 경제학을 공부했다면 들어봤을 금언.
숫자 그 자체는 ‘사실 그대로의 사실’이니, 뻔할 정도로 당연한 문장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음 파트.
‘하지만 숫자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좌측 방에 세 명, 우측 방에 일곱 명이 들어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좌측 방에 세 명이 있고, 우측 방에 일곱 명이 있다는 사실 그대로의 사실. 조금 더 나아가, 양측 방에 있는 사람의 합계가 10명이라는 것. 주어진 사실, 밝혀진 사실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나, ’우측 방에 일곱 명이 있으니 세 명이 있는 좌측 방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문장을 하나 툭 던져놓고 그럴듯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그러므로 우측 방의 일곱 명은 나쁜 사람들’이라는 억측으로 치닫기도 한다. 이런 억측과, 각 방의 온도를 체크하거나 방의 크기를 확인하는 등 합리적 판단을 위해 필요한 사실들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못하는) 이들이 만나면 미신의 수준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여기에, 상대를 향한 나의 미신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추론‘이라는 포장지를 덮고, 우리를 향한 상대의 미신에 대하여는 바보짓이라 힐난하는 지경에 이르면, 합리나 논리를 따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숫자를 해석하는 나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본의든, 본의 아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