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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Oct 26. 2023

꿈을 사랑한다는 것


 꿈. 꿈이란 단어는 아름답다. 무엇인가 되고 싶고, 열망하고, 강하게 원한다는 것.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 법이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누누이 이런 말을 듣고 자라 왔던 것 같다.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은 법이야. 훗날 어른이 되어서 큰 일을 해야지. 어린이들은 먼 훗날 대통령이 되는 꿈을 품어보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반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학생으로, 또 어른이 되어서는 부자가 되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꿈이라는 단어는 늘 매혹적으로 들린다. 아마 초등학교 때였을 거다.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어보던 담임선생님에게 나는 당당히 손을 들고 ‘컴퓨터 박사’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하곤 했다. 컴퓨터에 대해 1도 몰랐지만, 그때는 그게 멋있어 보였다. 그랬다. 언젠가, 나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컴퓨터 박사가 되어야겠다라는 꿈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컴퓨터도 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컴퓨터가 별 다른 이유없이 좋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연히 교내 타자대회가 열려서 나갔는데, 거기서 입상을 해서 상을 받았다는 이유. 즉, 타자 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컴퓨터 박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공부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문과로 진학하고, 대학은 컴퓨터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범계열 쪽으로 오게 되었다. 어릴 때를 돌아본다면, 내가 국어교육과를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국어 쪽에 큰 흥미를 지닌 것도 아니었고, 국어에 딱히 적성이나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책읽기를 좋아하고 가끔씩 글을 쓰는게 무척 즐거웠던 기억은 남아있던 정도였다. 운명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이었을까? 

    

 나이가 차차 들어가면서 꿈은 다시끔 바뀌기 시작했다. 군대에서의 꿈은 무사히 전역하는 것, 대학 졸업반일때의 꿈은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것, 취직한 이후에는 결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이후는... 그렇게 꿈은 계속 바뀌어 나갔다. 학창시절에는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고, 결과를 성취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항상 남아 있었다. 뭐, 연애도 그렇고, 취직도 그랬다. 그때 당시의 나는 늘, 멀리 있는 것만을 보기 위해 노력했지 정작 내게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과거의 나에게 꿈이란 남들에게 어딘가 있어 보이고 뭔가 자랑할만한 건덕지가 있는, 흔히들 말하는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요소로 결부 지어졌었다. 그저 무언가를 바라고 강하게 염원하고, 으스댈 수 있는 성질의 것. 그게 내가 정의한 과거의 꿈이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꿈이란 그저 닿을 것 같지 않은 결승점만을 바라보며 뛰는 것이 아니라, 뛰는 와중에 길거리에 펼쳐진 꽃밭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쳐다보며 삶을 진정으로 누리는 것이었다. 미래의 구체적이지 않은 먼 대상을 바라보며 살기보다는,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주변의 대상들을 소중하게 아끼며 돌아보는 것이 진정한 꿈과 맞닿아 있던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나의 친구들, 나의 소중한 대상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자주 갖게된다. 그들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해본다.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꿈이 무엇인지 말이다.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현재 내가 정의 내린 꿈이라고 볼 수 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늘 내게 축복같이 존재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꿈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고 나니, 과거와 다르게 많이 소탈해졌다. 때로는 TV에 나오는 사업가들처럼 일확천금을 벌어 보고 싶기도 하고, 또 때로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만큼 할줄 아는 사람이에요’라면서 뽐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안분지족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나의 처지에 만족하고, 나의 분수에 맞게 살 줄 아는 것을 깨닫는 것. 그런 의미에서 꿈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늘 가까이 맞닿아 있다. 스스로 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를 사랑하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꿈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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