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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Nov 14. 2023

고독의 힘

 우리 집 앞에는 귀여운 길고양이가 산다. 볼일을 보러 집 밖을 나설 때마다, 길고양이가 나를 쳐다보며 뭔가를 말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이렇게 홀로 있는데 외롭지는 않을까?’, ‘추운 겨울이 오고 있는데 어디서 지내고 있는걸까?’ ‘야위어 보이는데 밥은 먹고 다니는 걸까?’ 고양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쳐다보며 일광욕만을 즐길뿐이다.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고양이와 비슷하다. 사람들도 좋아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큰 목소리로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즐겁지만, 대부분 글을 쓰고 홀로 사색을 하며 ‘독거 생활’을 하는게 마음이 편하다. 늦은 저녁이나 내 방에 홀로 있게 될 때, 내 마음은 주로 나에게 말을 건네오곤 한다. ‘넌 뭘하고 있니?’ 그럴 때마다 나는 고양이가 된 것처럼, 내 방 창문으로 먼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지곤 한다. ‘이번 한주는 어떻게 보낸걸까?’ ‘앞으로 내 글쓰기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갈까?’ 이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세상과는 잠시 단절이 되고, 나는 상상의 나래에 종종 빠지곤 한다. 소설 속 인물들, 소설 속 세계, 그리고 내가 꿈꾸는 이상속으로... 상상이 끝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문득 ‘옆구리가 시리다’라는 생각이, 한 마디로 외롭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더 즐겁겠는데, 더 좋겠는데..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이 꼭 불행한 일만은 아니다.      


 홀로 있음. 누구나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누군가와 어울리며 같이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종종 ‘함께’라는 명목으로, 홀로 있는 것의 힘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외롭고, 꼭 누군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혼자이기 때문에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위대한 철학자들, 예술가들, 음악가들은 홀로 있음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 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고뇌와 사유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나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 내 주변 상황을 좀 더 차분한 시선에서 곰곰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홀로 있음으로 인해, 같이 있었을 때 볼 수 없던 것들을 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진정으로 홀로 있는 힘을 고독이라 부른다고 한다. 배낭을 메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좋고, 조용한 곳에 앉아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어보면서 그것을 글로 표현해도 좋다.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와 직면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나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니, 전혀 모르던 것에 대한 안목이 생기기도 하고, 관심이 없던 클래식 음악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고독으로 인해 자신만의 취향과 안목이 강해지는 경우가 생겼던 것이었다. 이처럼 고독이 뜻하는 것은 분명 외로움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한층 더 성장시켜줄 수 있는, 우리 내면에 깊게 잠들고 있던 열정과 잠재력을 끌어 올려주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정신을 어디엔가 몰두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무엇이든지 좋다. 정신을 오롯이 집중해 ‘고독의 힘’에 눈을 떠보자.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기회에 직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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