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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플래너 Dec 16. 2022

안녕, 플라스틱



오픈플랜 초기에는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10수년을 패션업계에서 일했지만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고 막막했다. 자문을 구할만한 곳을 찾을 수도 없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그저 이상적이기만한 일은 아닐지 두려웠다. 환경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이 복잡하고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저하기를 멈추려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우리에게 기준이 되어 줄 단순한 미션이 필요했다. 그렇게 #플라스틱없는비건패션 을 시작했다.


처음 할 수 있던 일은 택고리라고 불리는 자재를 바꾼 일이다. 택이란 제품의 가격 등의 정보가 적힌 종이를 말하는데 이 택을 제품에 고정하는 데에 보통 작은 플라스틱 조각과 끈으로 만들어진 자재를 사용한다. 작은 플라스틱일수록 분류, 분리되어 재자원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식물섬유와 금속 옷핀으로 만들어진 택고리로 교체했다. 브랜드 이름을 적은 로고 라벨도 교체했는데, 비교적 고급스러워 보여서 패션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합성섬유로 짜인 라벨 대신에 환경영향이 비교적 적은 리넨 재질의 라벨로 바꿨다.


제품에 사용되는 자재 중에서는 지퍼의 사용을 없앴다. 지퍼는 보통 플라스틱 지퍼와 금속 지퍼, 두 종류로 나뉘는데 모두 합성섬유의 사용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너트 단추를 사용해서 옷을 여밀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너트라는 말 그대로 견과류의 일종인데 상아야자라는 나무의 열매가 그 재료다. 코끼리 상아와 재질감이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상아 때문에 목숨을 잃는 불쌍한 코끼리와 달리 이 나무는 열매가 다 익어서 땅에 떨어진 후에야 단추를 만들 수 있는 단단함이 된다고 하니 나무를 베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재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작은 재료들을 바꾸어 나가니 원단과 같은 큰 재료 또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오가닉 코튼, 리넨, 텐셀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드디어 플라스틱 없는 비건 패션을 실천하게 되었다.


재료를 바꾸고 나니 이제 재료를 만드는 공정 중에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학염색의 비율을 줄이고자 식물염색 작업이 가능한 파트너를 찾았다. 식물염색이란 흔히 천연염색이라고 부르는 기법과 비슷한데, 천연염색에서는 사용하는 동물성 염료의 사용을 없애고 식물성 염료만을 사용해서 원단을 염색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인 화학 염색과 비교하여 물과 에너지의 사용이 적고 폐수의 품질 또한 좋아서 정화하기 전 농업용수로 바로 사용이 가능한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이런 변화로 플라스틱 없는 비건 패션을 선보인지 햇수로 4년째가 된다. 2019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선보인 오픈플랜의 모든 컬렉션은 플라스틱 프리 소재 98%, 비건 소재 100%로 디자인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소재의 한계라고 느껴졌던 부분이 오픈플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가고 함께 하는 파트너들도 하나 둘 늘어나며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의 글에서 이어지고 다음 글로 계속 됩니다.

 글은 충남문화재단의 2022 문화다양성 전문가 칼럼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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