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많은 오염을 만들어 내는 산업이라는 주장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어떤 브랜드 디자이너의 입으로, 그리고 또 다른 언론사의 보도로 이어지면서 점차 굳어지게 된 듯하다. 이들이 누구인지 찾아보면 다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지던 사람들이라 쉽게 권위가 실리고 말에 무게가 더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사실화되어가는 이 주장을 정정하고 철회하려 노력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믿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더 번져나갔다.
너무 복잡하고 거미줄처럼 얽혀 추적하기 까다로운 공급망으로 가득 차 있는 패션 산업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패션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수치화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어렵지 않게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 주장을 믿었는지, 여전히 믿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오염을 만들어 내는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패션이 그동안 보여 온 모습들로는 이런 주장쯤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패션 산업은 소비지향적인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뒷받침하는 가장 충실한 산업 중의 하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복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이후로 패션 산업은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방향을 향해 진화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며 패션의 민주화를 외쳤고 부지런하다면 과거 일부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누리던 화려한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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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충남문화재단의 2022 문화다양성 전문가 칼럼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