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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i Jan 19. 2023

도쿄? 마카롱 먹으러 가요! (1)

블레어의 라뒤레, 먼 유럽 대신 가까운 도쿄로 갑니다.

사전 배경


2022년 여름의 끝무렵, 나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결혼식을 하고 바로 약 보름동안의 시간동안 이탈리아에서 신혼여행을 즐겼다. 밀라노와 피렌체를 각각 한 주 정도씩 머물며 그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는 여행은 너무나 즐거웠다. 남편과 나는 연애 기간이 길었지만 결혼전 내가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했던 탓에 이렇게 긴 시간 해외를 함께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둘의 성격이 비슷해선지 여행 스타일도 매우 비슷했다. 우리는 세세한 계획대로 움직이기 보다는 현지에서 그때 그때 내키는 대로 일정을 만드는 게 즐거웠고, 우연히 발견하는 감동을 좋아했다. 그래서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게 우리에게는 좋았다. 그리고 신혼여행은 그런 면에서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름 끝자락에 결혼을 한 덕에 보름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오자 마자 나는 개강을 했다. 시차적응과 새 학기 적응을 동시에 하느라 학기초부터 정신이 없었고, 학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그 상태가 주욱 유지가 되었다. 일단 연말 한 주는 도쿄에 가기로 결정하고, 가을 즈음에 비행기표 발권은 해두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급 여행이나 다름없었다.





'겨울 도쿄'를 고른 이유는 조금 단순했다. 나는 마카롱이 먹고 싶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마카롱을 파는 곳이 많지만, 파리의 마카롱 양대산맥으로 알려진 두 브랜드가 너무나 필요했다. 그리고 그 두 브랜드가 모두 입점한 지역 중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바로 도쿄다.



학기 중에 나를 갑자기 파리 마카롱의 추억으로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가십걸>이었다.


지난 학기에 나는 거의 혼밥을 했으므로(연구실을 학기 중간이 지날 무렵에 구했고, 전공 특성상 다 다른 전공 과목을 수강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들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OTT를 보며 학식을 먹고는 했는데, 그 때 한창 꽂혀있던 게 넷플릭스에 있던 가십걸이었다.


몇년 전에도 정주행을 했던 터라 내용을 이미 알고 보는 건데도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처음 볼 때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선지 주목하게 되는 인물도 달라졌다. 일단 가십걸 내의 내 최애는 릴리언니다. 서른쯤 되고 보니 어른들 마음이 더 입장이 가서 그런지 이번엔 유독 주인공들의 부모님들에게 이입이 됐다. 스타일링도 어쩜 그렇게 멋진지! 그래서 최애는 릴리 언니, 그리고 차애는 뜬금없지만 제니.(더 쓰고 싶지만 사족이 너무 길어지므로 여기서 일단 생략하겠다.)


그런데 최애도 차애도 아닌 캐릭터가 내 눈을 다시 사로잡았다. 그게 블레어였다.

블레어는 메인 주인공 중 한명이다. 제니가 블레어를 평하기를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 이라고 할 만큼 내가 보기에도 노력형 캐릭터여서 많이 미워하기가 어려운 캐릭터다. 그만큼 언제나 완벽하게 보이려 노력하지만 종종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라뒤레 마카롱'이다. 블레어는 어른스러워 보이는 데에 반해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마카롱을 먹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고는 하는데, 라뒤레는 파리에서 직접 공수해 올 만큼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고 보면 동그랗고 알록달록한 마카롱과 블레어의 '은근히 귀여운' 스타일링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이미지 출처: 네이트 뉴스
사실 이 짤로 더 유명한 것 같다.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블레어월도프'


아무튼 그렇게 화면에 등장한 라뒤레 박스에 내 미뢰가 다시 반응을 했다. 파리의 마지막까지 낭만적이게 만들던 라뒤레와 나의 첫 이스파한 앓이를 시작하게 한 피에르에르메까지, 내 머릿속은 제 멋대로 내가 아는 제일 맛있는 마카롱에 대한 기억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유럽을 또 가기에는 장시간 비행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신혼여행은 그나마 2주 정도 되는 기간의 여행이니 감안할만 했지만 이번 휴가는 그렇게까지 길지도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은 파리 마카롱 브랜드의 양대산맥이 모두 입점해있는 도쿄를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도쿄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몇달 뒤 크리스마스, 우리는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현재는 가십걸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다. 지난 연말에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마지막화 세갠가 남겨놨는데 못 봐서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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