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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옹지마 Feb 23. 2023

이제 정말 퇴근하겠습니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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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상대가 화를 낼 때 내 화를 삭이는 법'이고, 두 번째는 '경청하는 법'이다.

나름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현장에서 실제로 유용한지 확인하면 된다. <계속>


화를 삭이는 법


욕을 하는 고객이 내 앞에 있다고 치자. 


‘나는 욕을 먹어서 오래 살 거야.’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참아보지만 기분은 엉망이 된다.  


특히 이런 상황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상황은 좋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화를 참지 못해 같이 화를 내게 되면 상대를 이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기더라도 승리의 환호나 승자의 기쁨은 없고 더러운 기분만 남게 된다.  


게다가 윗선으로 보고라도 되면 감당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게 된다. 


때문에 상대방이 화를 낸다고 해서 나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런데 도대체 화는 왜 나는 걸까?


전문가들은 고객이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 실제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때

▲ 자신의 콤플렉스와 과거의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가 발동할 때

▲ 자신이 가진 어떤 틀과 기준에 상대가 맞게 움직여주지 않을 때

▲ 자신의 간절한 요구를 알아달라는 호소를 표현할 때 


전문가들은 이어 상대가 화를 낼 때 근본적으로 정서적,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여유를 줄 수 있는 공간적, 시간적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문화 치유 전문가 박상미 씨가 제안한 6초 호흡법을 따라 해보길 권한다. 


이 호흡법은 3초 동안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또 3초 동안 입으로 깊게 내쉬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호흡법이지만 자율신경을 균형 있게 조율해 주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뇌는 자극을 받으면 이를 먼저 본능이나 감정, 행동을 지배하는 곳인 편도체에 전달하는데,  


상대가 나를 자극하면 감정이 상하고, 혈압이 오르고,  표정이 경직되는 데는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뇌가 언어에 자극을 받고 편도체에 전달하는 시간이 3초로 단 3초 만에 ‘욱’하는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받은 자극이 뇌 안의 편도체에 전달되는 시간과 대뇌피질로 전달되는 시간인 6초만 참고 견디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감정과 이성이 조율되는 시간 6초, 이 시간을 견디면 내 안에 동물적 반응에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굴하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화가 난 지점에서 최소 3분간을 탈출해 있어야 한다. 


화가 난 지점에서 멀어지면 그 화난 감정으로부터도 멀어질 수 있다.


3분만 다른 장소에서 바라보면 ‘저 사람이 왜 나를 화를 나게 만들었냐가 아니라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화가 난 나의 감정을 전염시키지 않는 방어막이 만들어지게 된다.  


내 감정은 내가 조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내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병원은 일주일 중에 가장 여유로운 날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월요일에 비해 20 ~ 30% 정도 환자가 적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처럼 나 또한 금요일 출근길은 마음이 가볍다.


실제로 유독 이날은 다른 때보다 오후 3시가 지날 때까지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한가하게 보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찾아왔다.


이 남성은 허리가 아프다며 진료 예약을 원했다.


허리 질환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그리고 재활의학과와 통증클리닉에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과로 예약을 하면 좋을지 물었다. 


나의 안내에 이 남성은 대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와 반말을 해왔다.


'오십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데 이걸 모른다고? 그리고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어이가 없었고, 단전에서 뜨거운 것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머릿속에는 '6초 호흡법'이 떠올랐다.  


'그래 지금이 6초 호흡법을 사용할 때다.'


3초 동안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또 3초 동안 입으로 깊게 내쉬었다.  


6초 호흡이 끝나자마자 신기하게도 가슴까지 올라왔던 '욱'하는 감정은 다시 단전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어랏? 이거 실제로 효과가 있네.'


그러면서 내 머릿속은  '아 뭐 모를 수 있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고객님, 말씀드렸다시피 허리 질환은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센터에서 모두에서 진료가 가능합니다. 어떤 진료과에서 진료를 보실 건지 고객님께서 선택하시면 예약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재활의학과 진료를 먼저 보실 것을 저 개인적으로는 추천드립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한번 설명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대답은  "그래 그럼 재활의학과 예약을 해줘.'라며 여전히 반말이었다. 


아무 말 없이 재활의학과 진료 예약을 잡아 준 후 고객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고객님, 제가 지금까지 고객님을 존중하는 마음과 말로 예약을 도와드렸습니다. 고객님께서도 저에게 맞존대를 해주시면 좋은 마음으로 고객님을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고객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건넸다.


"아, 제가 그랬나요? 습관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그랬네요. 죄송합니다."


마스크 속 내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내 감정은 내가 조율할 수 있는 진짜 내 감정의 주인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6초 호흡법이 일궈낸 고급 진 복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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