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준 Aug 09. 2022

다르게 사는 법

양적이 아닌 질적인 다름

미친 짓이란,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의 노동의 가치는 연봉으로 책정된다. 나는 현직 개발자이기에, 어떤 분야의 개발이 가장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이 결과는 나름의 인사이트를 주었다.


로켓펀치가 로켓펀치에 올린 구인 글

 로켓펀치는 개발자들의 구인 구직 사이트인데, '자기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자기 회사 구인글을 올린다면 적어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져오게 되었다. 빨간 박스를 보면, 개발 분야별 연봉 순위는 프론트엔드 - 앱 - 백엔드 순이다. 로켓펀치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의 통계를 봐도 백엔드보다는 프론트엔드, 앱개발자가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인하는 사람의 양을 보면 백엔드가 훨씬 많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연봉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분야라면 공급이 더 크게 결정한다 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채용 담당자라면 어떤 상황이 더 채용이 빡셀 것 같은가!


A) 시장 수요 : 3000명 / 노동 공급 : 2000명

B) 시장 수요 : 300명 / 노동 공급 : 200명


 딱 봐도 B의 경우 한 명 데려오는데 더 많은 열과 성 (다른 말로 하면 연봉과 스톡 옵션)을 다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동 시장에서 남들과 다른 사람을 사는 법은 "남들이 잘 안 하는 분야에 가는 것"이다. 이 편이 "남들이 모두 가는 분야에 가서 남들의 배로 노력하고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 더 쉬워 보인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정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효율적인 것은 남들과 다른 생각, 방향성이라는 것이다.


실제와 생각의 격차


 내가 위에 한 말들에 누군가는 "사람들이 안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반박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그 길이 어렵고 위험해 보여서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쟁이 없는 만큼 위험하고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은 trade-off 이므로, 이것이 무조건 더 우위의 결정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사람들이 어렵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지, 실제로는 더 쉽다면?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이러한 실제와 생각의 괴리가 가장 큰 분야를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괴리를 만들어주는 것의 가장 큰 요소는 시간이다. 남들보다 먼저!


2016년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사람들이 AI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4년 전,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같은 대학에 다니던 친구가 대학 교수들을 상대로 AI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 친구는 그 때 스무살이었다. 그 친구는 달라도 달랐다. 대학교 1학년 2학기를 거의 다니지 않고 AI에 대해 깊이 팠고, 그 때는 (이미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지는 2년이 지난 후였지만) 우리나라에서 AI 기술이 생소할 때 여서 아직 대학 교수들조차 잘 모르는 분야였다. 그래서 강연을 할 수 있었고, 스무살에 스카웃 제의를 받아 AI 회사에 취직을 했다.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휴학 신청은 귀찮아서 하지 않았고, 그 학기 학점은 0.3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 친구는 회사를 1년 다니다가 스물 한 살 때 나에게 창업을 같이 하자고 했고, 내 인생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뛰어나서도 있지만, 사람들이 생소한 개념에 겁을 먹었을 시기를 잘 노린 것이 크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지만, 막상 배우면 별 게 아닌 게 많다. AI를 개발해 본 사람은 AI가 너무 좋은 툴이 다 나와 있기에 실제로 AI 모델을 돌리는 것은 매우 쉽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치만 이미 늦었다.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많아졌고, 요즘 AI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판에서 노는 사람이 아닌 판을 벌이는 사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자. 우리가 꼭 노동 시장에서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가? 진정으로 다를려면 노동시장에 들어가겠다는 접근조차 바꿔보면 어떨까.


 나는 약 1년 넘게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하고 CTO로 일하면서 흑자를 내는 기업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기업이 흑자를 낸다는 것은 직원 한 명에게 100만원을 주면 2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일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많은 코스트를 초래한다. 여러 사람을 교육하고, 문화를 만들고, 문서화를 하는 일은 그 코스트, 다른 말로 하면 비효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그 역시도 코스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월급 외에 알게 모르게 지출하는 돈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한 명한테 월급으로 100만원을 주면 그 사람은 200만원어치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아한 테크 세미나에 나온 출시 회수에 따른 생산성 그래프 (링크)


 나에겐 주어진 시스템에서 아주 뛰어난 (다른) 사람이 되는 것보다 직원들이 실제로 그 회사의 성공은 본인의 성공과 거의 무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성과와 보상을 통해서 100만원을 쥐어주고 그 두 배의 가치를 내게 하는 그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더 멋있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나는 더 많은 사람들, 특히 더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 내 주변의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다니는 똑똑한 친구들도 변리사 시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만큼만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선택이지만,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한다면 훨씬 더 기대값이 높은 일이 많을 것이다. 노력의 양으로만 따지면,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일을 준비하는 일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그렇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은 몇 천 배 이상의 차이가 아닐까.


 양의 문제가 아니다. 질의 문제이자 방향의 문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