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아니라 소개팅이다!
일단 부제에 써있다시피, 면접은 시험이 아니라 소개팅이다. 그러므로 우리 팀이 면접을 보고 사람을 뽑았던 기준과 글을 읽는 사람이 겪을 면접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사람을 뽑을 때 세워두었던, 그리고 면접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겼던 기준들을 하나의 케이스로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고, 지난 한 달 반 동안 면접과 티타임을 포함하여 10명 이상을 만나보았다. 그 결과 우리 팀과 핏이 맞고, 성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두 분을 모시게 되었다.
내가 이 분들을 모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것은 단순히 어떤 기술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철학이 있는 사람인지였다. 여기서 철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기 경험들 하나하나에 고민이 있고, 결정한 배경이 있고, 나름의 깨닫고 배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철학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결정의 이유에 고민이 없다는 뜻이다. 면접은 결국 면접관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자리인데, 기존 구성원 입장에서는 결국 새로 들어왔을 때, 우리 조직을 귀찮게 하고 물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포인트만 딱딱 짚어주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내 일을 덜어줄 사람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무엇을 알고 있냐보다도,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대답들에서 고민과 철학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이 기술을 썼나요?
-> 요즘 핫한 기술이기도 하고, 해보고 싶어서요
어떤 기술을 사용하신 것 같은데,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음, 깊게 고민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에 아쉬움이 남은 부분은 없나요?
-> 어떤 기능을 못 넣었던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 그 기능에 대한 해결책은 혹시 생각해 놓으신 게 있으신가요?
->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좋은 인상을 줬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어떤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요?
-> 저는 좋은 조직이란 ~~~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있었던 팀에서 ...
단순히 어떠한 상황에서 힘들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에 관해 갖고 있는 철학을 알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사례 이후에 어떤 조직을 원하게 됐다든가, 이런 일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깨달음까지 얻었다면 더 좋다.
결국에 모든 답을 할 때 질문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자기가 생각했을 때 강조할만한 자신만의 고민이나 생각을 넣어야, 질문자 입장에서는 면접자가 '이걸 알고 있구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면접 스킬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이나 프로젝트를 할 때도 단순히 어떤 시스템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왜 이걸 하느냐,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기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본 경험이 있다면 더 좋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곰곰이 자신이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했던 고민들을 생각해보자. 분명히 그 때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면접관 입장에서도 사람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근거를 제시받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지점은 Problem Solving 이다. 결국 "부딪히면 해결된다"라는 마인드, 그걸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네트워크나 바탕을 활용했던 경험을 보여줘야 한다. 특정 언어나 기술은 Problem Solving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내가 이 사람한테 어떤 일을 맡겨도 좋은 해결책을 찾아서 성취해내겠구나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결국 서류나 코딩 테스트 등을 통과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지식, 기술적인 베이스는 갖췄다는 걸 뜻한다. 면접은 소개팅이다라는 것을 잊지 말고, 자신감 있게 내 생각과 철학을 많이 드러내고 오면, 나한테 잘 맞는 소개팅 상대에게 먼저 연락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