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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문 kkong coffee Oct 09. 2022

알아서 해 주세요

“커피는 어떤 원두로 내려드릴까요?”

“그냥 알아서 맛있는 걸로 알아서 주세요 “

세상 가장 무섭고 무책임한 말이다.

젠장... 알아서 맛있는 걸 달라니...

저는 그쪽의 입맛을 알지 못하고, 커피의 취향도 모르고,

우리 안제 만난 적이 있을까요?

순간 아무리 머릿속의 데이터베이스를 풀가동해 보아도 저분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스캔을 시작해 본다.

나이는 50대 중반, 약간 도시적인 빠숑 스타일.

사감 선생님 같은 검은 태 안경을 착용하였으며, 말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 같은 퉁명스러운 말투!

절대 혼나지 말아야 한다.

“커피가 맛이 왜 이래요!”라는 말을 할 수 없는 원두가 필요하다.

강렬한 산미는 위험하다. 스타벅스 커피와 비슷한 적당히 쓴맛에 바디감이 필요하다. 중남미계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한 원두에 강배전으로 로스팅한, 대중적이면서 달콤한 후미가 앞에 느꼈던 맛을 모두 잊게 만드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직장생활 시절 가장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

“최대리! 이거 좀 퇴근시간 전까지 정리해서 가져오세요”

“.... 과장님 어떤 식으로 정리할까요?”

“아니, 최대리 지금 회사생활 몇 년 차지? 일일이

말 안 해도 잘할 때도 됐잖아! 알아서 잘 정리하세요! “

혼나면 안 된다. 과장님의 스타일 데이터베이스를 돌려보자.....


김국환 아저씨의 명곡 ‘타타타’가 생각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알아서 해 주세요”는 상당히 비겁하고 고의적인 문장입니다.

상대방에게 나의 책임을 전가하지 맙시다. 그리고 배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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