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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요 Dec 22. 2022

자전거를 타는 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남자 사람 이야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알람으로 새벽을 깨우지만 알람은 때론 달콤한 시간이 내게 더 주어져 있음을 확인하는 행복한 소음이기도 하다. 밤새 주변을 떠돌던 정신이 들어 내 눈이 온전히 떠지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밤새 강아지들의 배변이 배변패드 위에 잘 놓였는지 거실 마루 위에 뿌려져 자칫하면 발바닥 전체를 불쾌함으로 덮어 뚝뚝 떨어지게 만들 지뢰처럼 놓였는지 불을 켜고 관찰한 다음에야 출근에 필요한 시간 계산이 정확하게 나온다. 씻을 필요 없이 옷을 걸치고 자전거를 들면 그뿐


요즘은 고양이들의 우당탕탕으로 느리게 잠들고

곁에서 잠든 녀석들의 보드라운 털결로 감미롭게 깨어난다.

가끔 육중한 강아지들의 몸결에 세게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인간같이 동물을 대하여 괴롭게 하다가 순간 내 곁에서 잠든 모든 생명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안녕? 잘 잤어? 더 자


봄, 여름, 가을, 초겨울은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에겐 시즌ON이고 12월 초가 되면 시즌OFF~!


나에게는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이 여러개 있다. 길이 다르게 펼쳐져 있는것이 아니라 샛길과 고개와 지름길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하다. 최대 2시간 15분에서 45분까지 소요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도착해야 시간은 정해져 있고 출발 시간은 다르니 늘 가고자 하는 길이 같진 않다.


출근은 그렇지만 퇴근은 웬만해서 45분 코스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모양이다. 이유야 다양하다.

주말에. 그란폰도와 같은 자전거 대회가 있다거나 저녁메뉴가 만찬에 가까울 경우 2시15분 코스를 방향으로 잡는다. 불편한 결정이지만 막상 출발하면 목적이 분명하고 중간중간 스치는 풍경과 육체의 흥분으로 가야할 길이 아니라 가고 있는 길이된다.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술약속이 있거나 비 예보에 확률이 80% 이상이 되면 차를 타고 출근한다. 같은 새벽시간에 일어나 평로라를 타거나 근교로 마실 다녀오듯 잠시 나갔다 오곤 하지만 운동도 되지 않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즐겁지도 않다.  

자전거는 정직한 운동이다.


며칠 타지 않으면 허벅지는 금세 탄력을 잃고 페달 돌리는 근육은 아우성을 지른다. 고개는 버겁고 평지는 느릿하다.


내가 타는 자전거는 기함이라 불리우는 고가의 자전거이고 입고 다니는 옷은 기능성이라고 치더라도 과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거리와 시간, 고도와 심박수, GPS로 목적지와 현재위치, 평균속도와 양발의 파워, 바퀴를 돌리는 회전수인 케이던스를 알려주는 사이클링 컴퓨터를 달고 손목에는 위도와 경사도, 길을 잃었을 때 경로를 되짚어 갈 수 있는 기능과 산소포화도를 알려주는 어플을 가진 워치가 있다.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로 물체가 다가오면 150m 전부터 물체가 다가오는 거리를 알려주는 레이더도 있다. 블랙박스 기능과 함께

안전과 기능적인 면에서 나의 육체적 능력을 넘는 과함이 분명하다.  


건강을 위해 아내가 마련하고 준비해 준 것들이다. 그립고 애정하는 사람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고 편히 가서 쉬는 퇴근길이 아닌 운동을 하며 가야하는 길이어서

무슨 영화를 누리려 이러나? 싶다가도 길이 곧고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적당한 거리에 직장과 집이 있는 환경에 무한히 감사한다.


상쾌함은 물론이요 나날이 새로운 공기와 풀과 나무와 같은 자리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호수의 작은 섬주변에 펼쳐진 풍경은 

-오늘은 어떠려나?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늘 만나는 낯선 사람도 있고, 늘 지나가는 새로운 길도 있다.

땀에 젖은 져지와 빕을 걸어 놓고 샤워실에서 씻고 가지고 온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면 상쾌하다.

상쾌를 더해 좋은 기운을 주는 겉옷을 걸친듯 걸음은 가볍고 기운은 발걸음을 따라 살랑이며 나의 걸음을 돋보이게 한다는 묘한 착각의 자뻑까지 선물한다.


새벽의 기운에 몸이 차가워 떨리는 몸으로 안장에 앉는 것이 고되고 언덕을 만나 숨이 가쁘고 핸들을 놓을 수 없어 흐르는 땀을 닦을 수 없어 고글 안쪽의 눈 속이 따까워 고통스럽더라도

풍경이 선하고 바람이 착하며 내리막이 기뻐

안장에 앉는 고됨도 언덕의 고통도 자주 잊는다.


-어떨까요?

-자전거 타는 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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