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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요 Nov 16. 2022

아버지의 죽음

그의 거친 숨소리가 남긴 것들에 대하여

새벽 5시

움직이기 힘들다며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시고는

119를 불러달라시며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대학병원 응급실과

평소 다니던 병원 6인실을 거쳐

간호사실에서 잘 보여 관리가 쉽다는 병동 내 중환자실에 뉘여졌다.

그곳은 병원관계자들이 6인실안 다른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중한 환자의 이동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임.종.실

멀리 사는 자식들은 안타까이 주중을 일터에서 보내고 주말이 되자마자 고향으로 모여 제한된 면회시간만 기다리다 아비를 만나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납득할 수 없고, 몸이 꽂힌 소변줄이 답답해 남아 있는 육체의 근력으로 상황을 극복해 보고자 애를 쓰는 그를 진정시켰다

시시각각 몸의 컨디션을 나타내는 수치는 좋아졌으나 그는 의식을 잃어갔고 병과 싸우는 그의 육체는 열의 꽃을 피워댔다. 고통에 뒤틀리던 그의 몸은 더 이상 뒤틀 수 없는 상태로 거친 숨을 토해 내었다.

숨이 잦아지고 소변의 양이 많아지던 어느 날

그는 만나기로 한 아침 8시 50분을 10분 남기고 8시 40분

영혼이 육신을 벗어났다.


때 늦게 드시고 싶은 것 여쭤보고 맛난 것 물어봐 사다 드린, 한 두 숟가락으로 그만두고 만 그 음식들을 쏟아내고 그의 영혼은 생전 강한 자존심으로 인해서인지, 자식들이 몰려 올 시간이 불편했는지

마지막으로 남는다는 청각으로만 자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지

알수 없는 이유로

그렇게 10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죽음에 이른 평안한 얼굴을 보여 주었다. 차게 식어가는 아비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아비는 자식들에 빚을 남기지 않았고

조상들의 묘를 선산으로 이장해 사방팔방 떨어진 곳으로의 분주한 벌초의 수고로움이 없도록 해 주었으며

돈이 모자라 잔디를 심지 못하고 손자들에게 선물이 될 밤나무와 은행나무를 심지 못했으나 '네가 심으라' 말하지 않았다.

또한, 아비는 아내의 꿈에 나타나 남겨진 아내의 어려움을 위로했으며 자식들의 효로 평안한 노후를 보낼 것이라 안심시켰다.

먼길을 달려와 몸이 아픈 자신을 위하고,  초기 치매 증세를 보이는 어미를 돌봐야 하는 자식들의 분주함을 느닷없는 죽음으로 덜어 주었고

성경을 7번이나 필사한 공책을 남겼으며

자신이 한 행동으로 법적인 분쟁이 있을 법한 모든 일에 대해 정리하고자 애를 썼고 그 증거와 기록을 남겼다.


그의 거친 숨에는 삶에 대한 회한과 못다 이룬 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육신이 이겨내지 못하는 고통을 목도하는 참담함은 자식들의 몫이었지만 그 몸부림은 삶을 위해 애쓰는 한 인간의 숭고함이었고 그 속에 있었던 토해 내지 못한 기도에는 하늘에 대한 소망과 거룩함이 있었다.


그는 온 생을 잘 살지 못했으나

그 잘 살지 못함에는 자식은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며

그 이유를 끝끝내 극복하지 못했으며

때로 순간은 참 잘 살았다.


삶은 평가받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그의 삶을 존중한다. 다정하지 않은 아비였으나 세월을 제법 산 자식은

자신 또한 늘 타인에게 다정하지 않았기에

잠시 잠깐 보여준 그의 미소와 사랑의 기억에도 감사한다.


육신의 부활을 믿음으로 간절하고 통렬하게 아쉽지는 않으나

그가 보여주었을 내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 보살핀 알 수 없는 사랑과 애정과 희생에는

아프다.


어디에 아프지 않은 죽음이 있으며 또 어디에 충분한 효가 있겠는가


아픈 것은 세월이 아물게 할 것이나 불충분한 효는 어찌할 것인가?

그가 내게 보여준 믿음과 신뢰는 나무와 같이 든든하고 아비와 나누지 못한 맥주 한잔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때의 결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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