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주택과 그 안에서 꾸려가는 공동체의 삶’은 새맘뜰 설계 이후 내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거주자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지원하는 장소로서의 집, 필요불가결하고 공공적인 건축으로서의 집.
서울의 경계, 궁동의 기묘한 땅
공동체주택을 짓겠다고 마음을 모은 사람들은 예사롭지 않다. 삶의 어떤 부분을 신념으로 단단하게 채우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들이 집을 짓겠다고 찾은 땅은 비교적 저렴하고, 당연히 몇가지 핸디캡을 갖고 있었다. ㄱ자로 꺾인 모양에, 다양한 레벨의 인접대지에 접한 이 땅 자체가 좋은 질문이었고, 그에 대한 건조한 해법을 설계의 출발로 삼았다. 예산과 법규의 제약 속에서 질서있게 프로그램을 쌓아나갔고, 약간의 허락된 위트를 가미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대지의 형상을 따라 ㄱ자로 꺾여진 8가구 다세대, 새맘뜰공동체주택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숲
대지가 ㄱ자로 꺾인 덕분에, 4개층 8가구를 배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발은 거진 정해진 셈이다. 대지의 절곡부에 코어를 배치하고, 남측날개와 동측날개 각각에 세대를 배치하는 방법이다. 남측날개에 배치된 세대에는 충분한 빛과 시티뷰를, 동측날개에 배치된 세대는 앞대지에 건물이 들어설 것을 고려해 북쪽의 숲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이도록 했다. 마당이랄 것이 없는 도심형 다세대주택의 특성상, 옥상이야말로 하늘과 맞닿은 땅이었다. 옥상 남측벽을 파라펫으로 둘러싸고, 숲쪽으로만 투시형 난간을 설치해 드라마틱하게 숲과 만난다.
남측세대는 충분한 햇빛과 도시뷰를, 동측세대는 가까이 다가온 숲이 정원이다.
실내에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숲
도심형 다세대주택의 옥상은 마당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입주자들의 전폭적인 합의와 관리가 따라준다면.
대동소이하고 천차만별한 삶
집이 다 거기서 거기고, 다세대주택 평면이 다 그렇고 그런 거라고 할지 모르겠다. 교사, 아나운서, 직장인, 프리랜서, 소방관, 간호사, 사업가, 강사, 디자이너 등 직업도 다양하고, 독신부터 신혼, 청장년세대에 노부부까지 생애주기도 다양한 8가구를 만났다. 기본적으로 동쪽날개와 남쪽날개에 배치되는 세대는 건물의 코어와 함께 출입구, 욕실의 위치 정도를 정해두고 세대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게 디자인되었다. 얼핏 보면 대동소이해도 자세히 보면 천차만별한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다. 다른 삶의 모습을 존중하며 밑그림을 옅게 그려 두었다.
함께 사는 고양이 두마리를 위한 공간이 고려된 싱글족의 집 vs. 성인자녀 둘과 함께 지내는 4인가족을 위한 집
취미부자 신혼부부의 집 vs. 살림의 여왕, 맞벌이부부의 집
새로운 가족, 새맘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공동체주택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각자의 사적공간 일부를 내어놓아 모두의 주방과 거실 역할을 하는 공동체공간을 만들었다. 공동체주택으로 인증받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이 공간의 존재는, 공동체의 삶을 지탱하는 물리적 버팀목이다. 집들이 모인 곳에 길과 공터가 생겨 마을이 생겨나듯, 신발을 벗고 다닐 수 있는 계단실과 복도, 공동현관과 공동체공간의 역할은 지대하며, 공동체를 굳건하게 강화한다. 공간을 공유하며 연대와 협력의 감각을 경험으로 쌓아가는 것, 공동체주택의 가능성이다.
신발을 벗고 다니는 복도와 계단실(좌) . 모두의 거실이자 서재, 주방인 공동체공간.(중, 우) 영화보기, 요가배우기, 악기연습에 마을잔치, 금요일마다 열리는 소담BAR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