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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Jul 26. 2023

방콕에서 처음 겪는 충격과 공포의 벽간소음 2

잠을 사수하기 위한 몸부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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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결책: 내 귓구멍을 틀어 막자


일단 잠을 좀 편히 자야 살겠으니, 내 귀를 막아 소음을 차단해 보자는 것이 처음 떠오른 해결책이었다.


1. 먼저 무인양품에서 눈에 띈 오렌지색 폼으로 된 귀마개를 무턱대고 구입했다. 단순히 '귀만 잘 막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내 방에서 나는 소음은 아주 잘 차단되었지만, 야속하게도 옆방에서 벽을 타고 울리는 소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귓속이 부은 듯이 너무 아팠다. 별 두 개.


2. 조금 조사를 해보니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귀마개들이 있고, 각각 차단 가능한 데시벨 수치도 다르단다. 라인에서 리뷰를 찾아보고 Quies 왁스 귀마개를 구입했다. 왁스가 체온에 녹아 귓구멍 모양대로 쉐이핑이 가능하고 소음 차단에도 폼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왁스와 솜이 결합된 제형이라 이렇게 솜털이 지저분하게 날린다고는 그 어떤 온라인 리뷰도 말해주지 않았다. 게다가 녹은 왁스가 아침에 귓속에 끈적하게 남아있는데 비누로 한 번에 잘 씻기지도 않았다. 소음 차단 수준도 형편없었다. 결국 단 한 번 쓰고 그대로 고이 모셔두었다. 별  개.


3. 폼도 왁스도 실패로 돌아가고, 귀마개는 정답이 아닌가 싶어 며칠을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연명했다. 백색소음을 크게 튼 채로 잠을 청했지만 이어폰이 귀 밖으로 돌출되어 옆으로 돌아 누울 수도 없는 데다 몇 시간을 연달아 귓속에 넣고 있으니 역시 아침에 귀가 너무 아팠다. 결국 포기. 별 두 개.


4.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더 시도해보자 싶어 구입한 Loop 귀마개. 이어폰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주 가볍고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소음 차단 정도는 맨 처음에 구입했던 오렌지색 폼 귀마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통증이 적어 종종 쓰고 있다. 별 세 개.

왼쪽부터: 무인양품 폼 귀마개, Quies 왁스 귀마개, Loop 실리콘 귀마개


결론: 내 귀를 틀어막는 것으로는 안 되겠으니, 다음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겠다.






두 번째 해결책: 에어비앤비를 못하게 해 보자


소음 자체 이외에 큰 복병은 옆집이 에어비앤비를 운영한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나와 이 얇디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사는 사람이 나와 같은 장기 거주자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얼굴 한 번 마주 보고 "피차 예상치 못한 건물 하자 때문에 힘들지만, 우리 서로 배려하며 조용히 공존해 봅시다." 하면 한 번에 끝날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옆집은 평균 2-3일에 한 번씩 거주자가 바뀐다. 밤늦게 시끄러운 소음 탓에 잠에서 깨는 날이면, 최대한 공손히 벽에다 노크하며 조용히 해달라고 간접적으로 비는 것이 이때까지 내가 고안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그때뿐. 다음 에어비앤비 투숙객이 들어오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던 어느 날.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렌트가 태국에서 불법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니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단 렌트 기간은 30일이고, 집주인은 모든 임대 계약서를 건물 관리사무실에 공유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30일 이하의 일/주 단위로 집을 내놓으려면 집주인이 숙박업소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이러한 주의사항은 방콕에 있는 대부분 콘도 건물 1층 로비에 게시되어 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건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 경고문은 엘리베이터 로비에 번듯이 비치되어 있었다.


나는 곧바로 건물 관리사무실에 문의했다. 실제로 그들이 불법 에어비앤비 운영을 심각한 사안으로 여긴다면, 옆집이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말이다.


"에어비앤비가 이 건물에서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XXX호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단기렌트를 운영 중인 것이 발각되면 건물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라고 운을 띄웠다. 관리사무실 측자세한 내용은 담당자와 확인해야 한다며 즉답피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받아낸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그리고 이제 태국 거주 6년 차인 나는 그들의 대답을 괄호 안 내용처럼 해석했다.)

• 우선 관리실에서 모든 집주인들에게 단기 렌트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이미 고지했으니,
(여기서 우리 책임은 끝났다. 귀찮게 하지 마라.)
• 신고가 들어오면 정말 그 호수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지에 대한 사실확인이 가능한지 보고,
(사실확인이 가능한지만 보겠다고 했지, 확인하겠다고 안 했다.)
• 에어비앤비 운영 사실이 확인되면 먼저 경고를 준다.
(확인 안 할 거다. 포기해라.)
• 경고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 운영하는 것이 발각되면 그때는 벌금을 문다.
(코딱지만 한 벌금 좀 문다고 그들이 에어비앤비 수익을 포기할 거 같냐? 포기해라.)
• 그리고 지금 신고하는 분, 방 몇 호임?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너의 신상이 알려질 수도 있다. 포기해라.)


그들의 답변을 읽는 순간 각이 섰다. 이 건물 관리사무실에어비앤비 소음에 고통받는 세입자를 도와줄 의향도, 그럴 능력도 없다. 다음 해결책을 찾자 나서자.


다음 편에서 계속..


@sorang.diaries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방콕생활 소식을 업로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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