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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by 최은영 Feb 16. 2025

사람들은 종종 ‘싸고 좋은 물건’을 찾으려 한다. 인터넷에서 가성비 최고라는 제품을 검색하거나, 할인 행사에서 괜찮은 물건을 건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싸면서도 좋은 것이 정말 가능할까? 경제학에서도, 철학에서도, 삶의 경험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요’ 일 때가 많다. 좋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싼 것은 그만큼 아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의 가격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노동과 자원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물건이 싸다면 어딘가에서 비용을 줄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저렴한 전자제품은 값비싼 부품을 쓰지 않거나 내구성이 떨어지고, 싼 옷은 몇 번 빨지도 않았는데 모양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가격이 낮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희생했다는 의미다.


철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것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질 좋은 제품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고, 좋은 재료를 써야 하며, 숙련된 사람들이 손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면, 아무리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여도 결국 문제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싼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때로는 브랜드 가치나 희소성이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들이 가격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더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같은 재료와 같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브랜드 로고 하나 붙었을 때 가격이 몇 배 차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라 믿는 것도 위험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다. 싸고도 좋은 것을 찾기보다는,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것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때가 많다. 지나치게 싼 물건을 샀다가 금방 망가지거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비싼 것을 사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내가 지불하는 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는 일이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싸다면 이유가 있고, 비싸다면 그 값을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결국 현명한 소비란, 가격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를 따져보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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