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시절,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 나는 집에서 커피를 타 마시고, 짠지를 반찬삼아 밥을 지어먹었다. 필요할 때는 가장 저렴한 브랜드의 옷을 입으며, 아낄 수 있는 한 최대한 아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절약했다.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학비를 포함한 고정지출은 1억에 가까웠다. 그때 한국에서 유행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7억이나 7억 50만 원이나."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궁상떨지 말자. 아낄 때 아끼더라도 먹는 데는 아끼지 말자. 내 정신 건강을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자고.
나에게는 아직 갚아야 할 유학생 학자금 대출이 있다. 더불어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동생도 있다. 내 월급의 절반이 이들 때문에 환전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철저히 아껴 모아야 할까, 아니면 투자해야 할까? 적당히 쓰고, 적당히 모으고, 적당히 투자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적당히’라는 말만큼 모호한 것도 없다
나는 종종 내가 왜 이렇게 돈이 없는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다섯 해의 직장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아둔 돈이 거의 없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와 달리, 경험이 적은 초년생 시절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초창기 몇 년간은 세상물정에 어두운 외국인처럼 일했다. 봉사활동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나 자신도 이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동료들에게서 내가 얼마나 적은 대우를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억울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쌓은 경험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고, 무지는 결국 내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월급을 받고 그저 쓰는 데에만 익숙했다.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하지만 차차 공부해 나가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돈을 대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틀리지 않다고 믿는다.
모두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각자의 필요에 따라 살아간다. 나 역시 나의 방식으로 나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비록 돈은 부족할지라도, 그 여정 속에서 내가 배운 것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돈의 부족함이 나를 속박할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 나에게는 아직 많은 도전이 남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