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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Jan 16. 2024

1월 셋째 주

반짝임에 집중하기

너무 좋은 나머지 잃으면 너무 힘들까, 지레 겁먹고 더 소중해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사실 믿지 않으면 그게 사랑이라 하기 어려운 것일텐데도 말이다,

자꾸만 좋지 않은 미래를 가정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건, 예의도 아니라고 느꼈다.

미래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당연한 거고.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길.

온 마음을 다해 온전히 사랑하길. 모든 소중한 것들에는 이별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할 것이다. 그들을 상실할 것이다. 그 사실을 이상하게 잊기 힘들다, 매순간.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회상 같이 느껴진다. 눈 감기 전의 주마등에 예뻤던 순간처럼, 지금 숨쉬는 이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유한, 소멸되고 있는 것 그 자체일 것이다.


큰 마음을 가져보기로 했다. 받아들이고, 온전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후회가 없도록,

더 잘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다보니 나의 첫 직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왔지만, 점점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 생기는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건 줄타기, 형식상의 예의, 겉치레, 아부가 아니라 상사에 대한 존경, 동료에 대한 존중, 나 자신에 대한 긍정이 아닐까 싶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다들 그렇게 부르듯 '꼬맹이'일 뿐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대상으로 대했던 것 같다.

being을 생각하기 이전에 doing을 생각했다. 수사님의 말씀처럼, 존재 이전에 표상만을 봤어.

판단되기 전에 판단하고, 신부님의 말씀처럼 종종 타인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그 시선으로 비추니 늘 그림자가 보였던 것 같다.


기록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퇴화한다고 느꼈다. 요사이 미성숙해졌다, 전보다 더. 아무리 놀라운 경험들을 해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바깥에서 비추어 그림자를 보기보다, 그 자체로 빛나는 촛불처럼 보아야 할텐데. 나도 그 불타는 존재, 그래서 빛을 내는 존재 그 자체이고, 타인 역시, 우리 모두 그렇다는 사실을. 나눔에서 들었던 선배의 울림 있는 말과 같이. 사람을 사랑하기 이전엔 신앙은 존재할 수가 없다. 어리고 미성숙한 미움은 걷어내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해야 할 것이다.


내가 열심히 사는 건. 사실 강박으로 낮춰 말하고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괜시리, 내가 이 한 번 뿐인 청춘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후회할까봐, 그게 남들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봐. 스스로 의심하고 자부심은커녕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만 빼고 모든 20대들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청춘의 본질은 원래 방황이다'라며 생각을 고쳐먹고는 편해졌다.


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고싶었다. 보고싶다. 궁금하다. 그래서 달린다. 달리면서도 더 멀리 보지 못한 건 아닌지, 생각한다. 그게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사는 동기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더 박진감 넘치는 이 삶이 즐겁고.


또, 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부모님이 뿌듯해하고, 나를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 가족들이 든든하다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 팀원들이 '이 사람이 있으니까 그건 걱정 없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내 걱정은 하지 않고 오히려 기댈 수도 있는 사람. '직장이 스트레스 받아'라고 말하면, '려쳐, 내가 책임질게'하고 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달린다. 요새 참 많은 사람들에게서 각자의 반짝임을 보는 것 같다. 배울 점이 가득한 사람들이 주변을 채우고 있음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별들이 가득한 광활한 우주에 있는 것 같아. 세상은 내가 20년 동안 봐온 것보다 훨씬 넓었다.


이번 한 주도, 무언가를 얻고 성장하고 깨닫는 한 주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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