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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Dec 18. 2022

MZ세대의 인간관계는 다르다고?  

결국은 인간관계(14)

14. MZ세대의 인간관계는 다르다고? 

      

디지털 시대의 획기적인 발전은 우리들의 생활 방식에 급격한 변화를 몰아왔다. 그 중의 하나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것이요,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은 혈연, 지연, 학연, 직연(직장의 인연)을 바탕으로 대면하거나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한 소통으로 인연을 확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반면에 요즘의 패러다임은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소통의 매체가 크게 확대되고 진화하면서 관계 맺기의 본질이 바뀌었다. 다양한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소수의 사람들과 진한 우정이나 깊은 인연을 쌓아가고 관리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계 맺기였다면 요즘의 신세대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트친(트위터 친구), 실친(동네에서 만나는 실제 친구)까지 다양한 채널로 인간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관계 맺기를 김난도 교수 등은 <트랜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 2022)에서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라고 이름 붙였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인덱스란 색인 또는 목록이라는 뜻으로 데이터를 기록할 때 이름, 크기, 속성, 보관 장소 등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살이가 복잡해진 요즘 사람들은 이전의 관계와는 다르게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인덱스처럼 관리한다고 해서 인덱스 관계라고 했다. 


김난도 교수 등은 인덱스 관계의 첫 번째 유형으로 목적관계를 꼽았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유형이다. 예전의 전통적인 인간관계라고 해서 목적관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창회도 목적관계요 향우회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학연이나 지연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목적관계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떤 계기로 사람들을 알게 되고 교류하다보면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무슨 모임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MZ세대를 비롯한 요즘의 신세대는 사람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도모하는 가운데 인간관계가 확장되는 것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진 상태에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목적이 관계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덱스 관계다.


인덱스 관계의 두 번째 유형은 랜덤 관계라고 한다.  Random이란 '임의의', '무작위의',  '무계획적인', '닥치는 대로' 라는 뜻을 가진 영어다. 또한 '랜덤하다'라는 것은 보통 어떠한 사건이 규칙성이 보이지 않고 무작위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잘 안 쓰이던 용어였는데, 요즘 들어 그 쓰임이 활발해졌다. 랜덤 관계란 낯선 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관계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상에서의 ‘번개팅’ 같은 것이다. MZ 세대의 랜덤 관계는 한순간을 즐기는데 초점을 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덱스 관계의 특징으로 꼽을 것이 있다. 즉 관계 관리다. 사람들은 분류된 관계에 붙인 인덱스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그 사이를 전략적으로 관리해 간다는 말이다. 복잡한 관계 스펙트럼 속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영리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관계 관리의 첫 단계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정리의 기준은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요, 집단보다는 사생활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친밀한 관계와 적당한 거리두기를 적절히 관리하게 된다. 


너무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가 되면 아무래도 사생활을 희생하거나 양보하게 되는 수가 나타나는데 그것을 꺼리는 것이다. 기성세대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지만 젊은 세대들의 인간관계가 어쩌면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은 분명하다. 요즘의 젊은 세대의 인간관계를 보면 김난도 교수 등의 지적은 옳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이 인덱스 관계든 랜덤 관계 든 간에 인간관계가 세상사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만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가. 접근 방식이 다르고 목적 지향이 달라졌을 뿐 사람의 중요성, 관계의 중요성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 또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것이 1936년에 출간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9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부나 판매되며 인간관계의 바이블로 명성을 계속 이어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복잡해졌을 뿐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전통적 인간관계의 방정식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인간관계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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