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하고 연재는 건너뛰다

이럴 수가~!

by 시나몬 롤

매주 화요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지만, 지난주에는 '펑크'를 내고 말았다.(글을 올리는 날을 잊어버리는 실수는 처음이었는데, 몇 안 되는 소중한 구독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투표는 투표대로, 나는 나대로 일을 쉬면서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하면서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물론, 간간히 구직 활동도 하면서. 어떤 날은 공부가 잘 되고, 또 어떤 날은 공부가 잘되는 날들이라 불안하기도 하고 종종 악몽도 꾼다. 그런 날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 구직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서 응시원서를 내기 위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다듬거나, 구직 사이트에 미리 등록해 놓은 이력서로 지원을 해보기도 한다.


불안에 불안을 거듭하며, 공부가 안 되는 날도 있다. 돌아서면 까먹고, 이 내용이나 저 내용이나 다 그게 그거 같고, 분명히 몇 분 전에 외웠는데 핵심 키워드조차 기억이 감감하다. 한 사람이 만든 몇 가지의 비슷한 이론들은 또 얼마나 헷갈리는지 모를 일이라며, 열을 내면서 잘 외워 지지도 않는 이론들을 연습장에 꾸역꾸역 채워 넣으며 기억이 새겨질 자리를 만들어 본다. 07mm 볼펜으로 몇 줄씩 같은 내용을 쓰다가, 샤프펜으로 바꿔 쓰다가,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볼펜으로 굳어가는 손가락의 감각을 깨워가며 옮겨 쓴다.


사지선다와는 다르게 전체 문제가 단답형과 서술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내용 전부를 외우다시피 해야 한다는 것이 암기 과목에 그다지 자신 없어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어느덧 긴장을 조금 놓으면 새로운 사람 이름 세 글자도 긴가민가 자칫 실수할 일도 많고, 뱉어 놓고 잘못 말한 단어도 흔해져서 그만큼 나는 낡은 기계가 되어버린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지금 당장 내 앞에 외워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아 그저 달콤하고 바삭한 간식들의 유혹이 더욱 절실할 뿐이다. 바삭한 스낵, 짭짤하고 고소한 소시지, 장 트러블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내 사랑 초콜릿, 설탕 묻힌 튀긴 도넛, 꽈배기류, 적당히 매운 떡볶이 등등 공부의 압박을 느낄수록 뇌 안에서는 자꾸 여러 가지 음식들을 대령하라고 상전처럼 군다. 그걸 다 맞춰 줄 수는 없지만, 종종 도서관에서 나도 모르게 쿠팡에 들어가서 각종 스낵과, 인기 있는 간식들을 검색해서 몇 가지를 집으로 주문해 놓기도 한다.


공부도 못하고, 취직도 못하고, 살만 찌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실제로 갑자기 3킬로 그램이나 확 불었다. 이미 3킬로 정도를 빼려고 마음을 먹는 상태에서 반대로 그만큼 쪄버렸으니 빼야 할 살이 6킬로로 배로 늘어났다. 공부만큼 어려운 것이 살을 빼는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둘 다 '나도 모르겠음'이다.


그냥 로또가 되면 좋겠다는 '덮어 놓고 로또'가 자꾸 생각나고, 되면 뭘 할까 혼자 우선순위도 정해보고 도서관에 앉아서 그렇게 실실 쪼개는 날도 더러 있다. 실없이 웃는 날도 있다는 게 아직은 다행인 것 같고 그렇다.


생각해 보면 다행인 것들이 아직 많아서 다행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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