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종료 그리고

by 시나몬 롤


한 달 반 정도 했던 알바가 이번 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계약 종료가 된다.

딱 알맞게 갈아탔으면 좋으련만, 마땅한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 조금 아쉽게 되었다. 지금 사무실은 지하철로 집과 삼십 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 일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기에 꽤 좋은 조건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꽤나 저질 체력인 나에게 이 정도 거리의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 어찌 보면 약간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다행히 필기시험도 붙었고, 이제 2차 실기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한 달 반 정도 다녔던 '유종의 미'가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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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Luis Aguila


은근히 속으로는 '계약연장'을 기대하긴 했지만, 프로젝트의 끝무렵에 마무리 역할로 투입되어 아쉽지만 계약서대로 여기서 마무리가 되었다.


불행 중 막간의 '다행'이 찾아온 건 좋았지만, 집안의 오랜 근심거리였던 엄마의 병세가 좀 더 악화되었다. 엄마의 건강은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갑자기 좋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인 하늘을 보여주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요즘 들어서는 맑게 개인 하늘을 보여주는 날은 점차 줄어들고 계속 비구름을 몰고 다니다 가끔 장대비도 퍼붓는 것처럼 좋지 않은 나날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응급실 방문 하는 횟수가 한 두 달에 한 번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많게는 두 번으로 횟수가 늘고 있다. 엄마의 돌봄 최전선에는 투박한 손길로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아빠의 수고와 헌신이 있다.


젊었을 때의 아빠는 자식들보다 남편에게 더욱 지극정성인 엄마의 헌신을 받아왔고, 그 환대와 좋았던 시절의 한가운데에는 지금의 아빠가 엄마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 이상으로 엄마의 정성이 있었음을 모르지 않는 것이다. 아빠의 헌신에는 훗날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염려가 많이 묻어 있지만 그것들을 뒤로하더라도 아빠는 지금 '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고독하게 싸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병증을 겪어왔던 자식들은 어려서는 엄마가 가장 우선이라 엄마가 아프다 하면 학교를 가지 않고 엄마를 지키거나, 조금 더 성장한 후에는 고대하던 회사로부터 합격 전화를 받고 나서도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엄마의 거듭 된 부탁에 입술을 깨물고, 회사 측에 출근할 수 없다는 '거절'을 통보하기도 했었다. 엄마는 남편이 있으면서도 크고 작게 아플 때마다 유난히 자식들에게 의지했었다. 가능하다면 엄마는 자식 중 누구 하나는 오로지 엄마 곁에서 엄마만을 위한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엄마의 바람일 뿐, 어떤 자식도 엄마의 용도만을 위해서 존재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당연히 엄마가 지금 보다 더 호전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엄마의 병에 매몰되어 내 인생 전체가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정신줄을 붙잡고 있다.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나를 삼키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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