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통과
지난주 금요일 아침 7시 40분쯤 집을 나서서 조용히 내리는 비에 우산을 받쳐 들고 집을 나섰다. 자격증 시험은 난생처음이라 시험 접수를 조금 늦게 했더니, 집 근처 시험장은 이미 마감이 되어 지하철을 타고 다른 동네로 가서 시험을 봐야만 했다. (시험 기간을 좀 더 유리하게 가져가려면, 시험 날짜는 최대한 늦게, 시험 장소는 집 근처로 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알았다.)
원래 이번 시험은 본격 시험에 앞선 '연습시험' 삼아 시험 접수를 해놓았기 때문에 공부 초기에는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별로 없었는데, 이론을 서둘러 끝내고 기출문제를 풀면 풀수록 점수가 점차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슬슬 '이번에 꼭 붙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는 간단히 김밥으로 때우고 문제집을 풀었고, 퇴근 후에는 집에서 두세 시간 정도 무료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기출문제를 풀었다. (이 루틴이 깨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도저히 피곤해서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편하게 쉬었다.)
시험 막바지 며칠 동안은 퇴근 후에도 스터디 카페로 가서 세 시간 정도 기출문제 강의와 문제 풀이를 집중적으로 해보았다. 최근 5년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 보았고 여러 회차 반복되어 출제되는 문제들은 보기나 문제만 보아도 틀리지 않고 정답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5년이 지난 기출문제는 미처 풀어보지 못한 게 꽤나 아쉬웠지만, 목표했던 이론서와 기출문제집 한 권을 다 떼고 시험장으로 간다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수험번호만 알고 있으면 수험표를 굳이 출력해서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고 해서 폰으로 수험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시험 당일 시험 장소에 도착해 보니 나보다 먼저 와서 이미 기출문제집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는 이론서나 문제집은 한 권도 가져오지 않고, 영어 단어장으로 활용을 많이 했던 카드 수첩에는 빈출 이론을 정리해놓거나, 자주 헷갈려하는 내용들을 적어 놓은 카드 수첩만 가져왔다.
나는 카드 수첩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번 정리를 하고, 시험장에 입장하라는 안내를 받고 자리를 찾아 들어가 보니 흐린 날씨의 영향이었는지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은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내 옆자리도 빈자리였는데 옆 사람이 없으니 신경 쓰이지 않아 좋았다.
자리에 앉자 시험 감독관이 몇 가지 시험에 관한 안내를 하였고 안내 멘트도 나왔다. 신분증과 얼굴 대조를 마치고 시험 시간이 되자 드디어 pc화면에 시험 내용이 보였다. 첫 몇 문제는 반신반의하며 답을 골랐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정답에 대한 확신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집중력도 흔들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그 틈을 비집고 기어 나왔다.
생각 외로 새로 출제된 문제들의 비중이 많아서 당황했었던 것 같다.
신출 문제들은 내가 자신 있게 체크할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고, 거의 운에 맡기다시피 하고 다섯 과목과의 신경전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제출하기' 버튼을 눌렀다.
원래 내 계획은 풀어놓은 문제도 다시 한번 더 검수를 해보고 제출하려는 거였지만, 생각과 달리 어려웠던 문제를 더는 쳐다보기가 싫었는지 제출하기를 클릭해 버렸다. 제출하기를 누르면 답을 수정할 수 없다는 문구가 나왔고 곧이어 프로그램에서 가채점을 하겠다는 팝업이 떴다. 그 몇 초간의 시간 동안 모니터를 마주하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몇 초가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후, 컴퓨터 화면에 68점 합격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