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야단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나는 시험 날짜가 한 달 하고도 이주 정도 남은 날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말하자면, 벼락치기 식으로 하게 된 거다. 공부 초기에는 '이번 첫 시험은 맛보기로 도전해보자'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수험서를 사들이고, 시험 접수를 했으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번 한 번으로 붙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짧은 기간 내에 공부해서 한 번에 붙었다는 합격 후기를 많이 읽어 보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시험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부를 해보니 도저히 내가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억력은 감탄할 정도로 사라져 버렸다!
인강이 포함된 학습서도 있었는데 충분한 검색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분철된 수험서가 집에 도착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구매한 수험서와 내용의 앞뒤가 조금씩 다른 무료 인강을 들으며, 이론 공부부터 가볍게 시작하게 되었다. 여러 합격 후기를 몇 개만 읽어 보았는데, 한 달 보름 만에 합격한 사람들도 대부분 하루 6시간 이상 이 공부에 할애를 한 덕분에 합격을 한 것이었다. 짧은 시간 준비를 한다면 시간이 부족한 만큼 최대한 집중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1차 시험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합격 후기를 통해 공부 방법이나 방향을 세워 볼 수 있어서 여러 사람들의 합격 리뷰는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조건으로 시험에 대비하고 있지만(그게 어디 나 하나뿐이랴), 지금의 이 시간들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좌절하고 낙담하고 있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었는데, 새로 시작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했다.
시험 준비는 뜻하지 않게 '벼락치기'가 되어버렸지만, 이 공부가 당분간은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건져 올린 것 같다. 다시 힘을 내서 집중하라고.
-집중의 어려움-
공부를 하려고 식탁 앞에 앉으면 왜 그렇게 잡생각이 많이 드는지 괜히 유튜브도 보고 싶고, 사놓고 읽지 않던 책도 소환해서 펼쳐 놓고 싶어진다. 그뿐이랴, 블랙커피만 마시는 게 뭐가 섭섭한지 괜히 맛있는 디저트도 먹고 싶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쿠팡이나 네이버 검색창을 열어 쿠키, 감자칩, 에그 타르트, 빵 등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딴짓을 하더라도 일단은 식탁 앞에 앉기라도 하면 결심한 만큼은 아니라도 공부를 시작할 수는 있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몇 가지 딴짓을 길게는 한 시간 이상을 지속하다 보면 서서히 이런 나 자신이 싫어지고, 무언가 모를 죄책감 같은 것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공부는 그렇게 시작된다.
늘 시작이 이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세 번에 한 번 꼴로 이런 루틴 아닌 루틴이 있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이런 불필요한 밑작업 없이 로봇처럼 내가 가진 '효율'을 바로 뽑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처럼 생각하지 말고, 로봇처럼 행동하는 게 공부에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어쩌다 한 번 하는 공부에나 이런 생각을 적용해 볼 법하지만, 매일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는 고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 공부의 적은 바로 나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막상 책을 펼치면 그 시간이 싫지만은 않은데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사십 대 후반의 여자 사람을 보노 있노라면, 여지없이 학창 시절 공부하던 습관이 나오는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간'이 아닐까.
이미 나의 계절은 인생의 '가을'에 도착했고, 더 늙기 전에 완벽한 날들을 보낼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잘 살아내 보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