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노래를 부르다
이번 브런치 스토리는 <나의 취업 실패기>이다. 삼 년 전, 십 년 간 몸담았던 나름 '중견기업'이라 불리던 회사는 몇 가지 이유로 나를 포함한 우리 본부 인원의 70퍼센트가량을 정리 해고했고, 그때 나도 밀려났다. 그 이후 더는 좌절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시작이었다. 해직을 한 이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로 시작된 내 인생 중반기의 시작.
인생 중반기의 한가운데 있다 보니, 마치 제2의 이십 대를 겪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경력을 만들 기회를 잡고, 한 가지 업에 자리를 잡기까지 꽤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그때로 되돌아간 듯하다. 특히 요즘은 경력을 쌓아 새로운 업종에 도전해 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 기회가 많이 없고, 신뢰도가 높은 기관의 육아대체 자리도 채용인원 한 명에 십몇 대 일의 경쟁률은 기본이다.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
자존감은 최저, 그렇지만 어디 가서도 '밑천 없음'의 빈약함을 들키기 싫어서 안간힘을 쓴다. 한동안은 그렇게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지나왔던 것 같다.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 무너지지 않으려고 잡고 있던 끈을 놓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면서 마음을 다잡았지만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든 시기가 오자 머리에 피가 마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이어졌다.
한참 먼저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게 된 선배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경제적으로 전혀 궁핍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도 전화 통화로 "퇴직금을 허는 건 좀 아닌 거 같지?"라는 말을 종종 내뱉었었다. 그때 나는 언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도 언니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하긴 미리 알았어도 내 계획대로 착착 잘 이루어졌을까마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파이팅"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눈앞의 문제점만을 바라보기보다 좀 더 장기적이고 넓은 시야로 내 인생을 보고 싶어졌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눈앞의 불을 끄느라 언제나 급급했는데, 불이 나는 원인을 진단하고 다시 불이 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방법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대개 불이 나면 아주 열심히 불을 끄고, 불이 꺼진 이후 한동안은 잠잠했다가 다시 불이 나는 패턴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삶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본 결과이다. 운 좋게 일이 계속 연결되었고 그 운이 계속되리라 믿었던 그 안이함이 내 뒤통수를 세게 치고 지나갔다. 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간과 돈을 (얻을 기회를) 잃었고, 그것들의 소중함을 얻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신이 아니라, 어차피 나 밖에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너무나 안전한 공간에서 편안한 '베짱이'로 살아왔던 나에게 지금과 같은 위기와 좌절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 것이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혹독한 좌절과 고난으로 내일모레 오십에 인생을 포기하고 엇나가는 어른으로 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려면 내가 나를 많이 도와줘야겠지.
그리고, 김광석.
드러내놓고 울지 못하는 중년의 한 영혼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의 선물을 해주었다. 이번에는 그가 내 정신과 주치의이고, 나의 친구, 나의 선배, 나의 동료가 돼 주었다. 그에게 진 빚은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다.
이번에 내가 들었던 그의 여러 곡들 중 ⌜혼자 남은 밤⌟의 가사가 여운을 주며 귀와 심장을 두드려 주었다. 가사처럼 슬퍼질 때 노래를 부르는 것도 나아가 춤을 추는 것(몸을 흔드는 것)도 참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걷는 걸 가장 많이 하지만,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해 그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슬픔을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남은 밤 (작사, 곡 박용준, 편곡 조동익)
어둠이 짙은 저녁 하늘
별빛 내 창에 부서지고
외로운 밤을 홀로 지새운 내 모습
하얀 별 나를 비춰주네
불빛 하나 둘 꺼져갈 때
조용히 들리는 소리
가만히 나에게서 멀어져 가면
눈물 그 위로 멀어지네
외롭게 나만 남은 이 공간
되돌 수 없는 시간들
빛바랜 사진 속에 내 모습은
더욱더 쓸쓸하게 보이네
아 이렇게 슬퍼질 땐
거리를 거닐자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
어둠이 짙은 저녁 하늘
별빛 내 창에 부서지고
외로운 밤을 홀로 지새운 내 모습
하얀 별 나를 비춰주네
외롭게 나만 남은 이 공간
되올 수 없는 시간들
빛바랜 사진속에 내 모습은
더욱 더 쓸쓸하게 보이네
아 이렇게 슬퍼질 땐
노래를 부르자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
아 이렇게 슬퍼질 땐
노래를 부르자
삶에 가득 여러 송이 희망을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