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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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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 May 26. 2024

< 낯선 새벽 >

어젯밤엔 뜨거운 것들의 머리를 감겼어

그렇게 새벽까지 가만히 누워 있다가

문득 마르지 않는 웅덩이가 보고 싶어 집을 나섰지

그때 발밑에 닿은 건 뭐였을까?

안개라고 부르기엔 그건 너무 희미했어


낯선 거리

미처 다 그리지 못한 그림이

벽에 새겨져 있고

커다란 창과 굴뚝을 가진 집들은

밤처럼 검은빛으로 잠겨 있어

나는 문을 두드리지 않는 손님이야

집 앞으로만 여행을 나선 여행자고


언젠가 아침이 오면

그때는 너의 머리도 감겨줄게

우리는 벌거벗은 몸으로 서로의 머리를 헝클어트릴 거야

너는 나의 예루살렘

너는 나의 마리아

노래를 부르겠지

우리가 처음 안아봤을 때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했을 때처럼


별이 머리 위에서 부르고

웅덩이가 보이지 않는 바닥은 얼굴을 비춰

새벽에 나선 건 욕심이었나 봐

간절히 어딘가로 더 나아가고 싶지만

길이라고 부르기엔 그건 너무 고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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