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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Nov 24. 2023

해피 땡스기빙데이(Thanksgiving Day)

미국인 가정의 추수감사절 디너에 초대받다.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11월 넷째주 목요일이다. 미국 가정의 명절 식탁이 항상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교회 구역모임의 한 부부(Michelle & Dan)가 우리 가족을 추수감사절 저녁에 초대를 한 것이다. 지난여름 구역모임 때 그들 부부의 집에 한번 가봤던 터라 그렇게 떨리진 않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끼리 모인 식사자리인데 내가 손님으로서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 그 집에 방문했을 때는 구역모임이었던지라 많은 사람이 같이 나눠먹을 수 있게 케이크를 선물로 준비해 갔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선물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다 같이 맛있게 잘 나눠먹었지만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디저트까지 블루베리 파이를 구워낸 요리솜씨를 보며 디저트류 선물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느꼈다. 와인도 잠깐 생각해 봤지만 부부의 기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장 무난하게 꽃다발을 선물로 사갔다. 그리고 이것은 결론적으로 베스트초이스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타국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들)도 초대를 받았는데 그분이 수제케이크를 선물로 사 온 것이 아닌가!


추수감사절인 만큼 댄의 부모님, 미셸의 친정어머니, 그리고 막내딸까지 3대가 모여있었다. 그리고 나는 두 딸과 함께, 나머지 다른 구역 멤버(에티오피아에서 온 Noa와 그의 형 David)까지 모두 11명이 널찍한 식탁에 둘러앉아 추수감사절 디너를 즐겼다. (미국 보통의 싱글하우스에는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꼭 있는데 집에 식사초대를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식탁에는 10가지 정도의 음식이 준비돼 있었는데 칠면조요리를 중심으로 그린빈캐서롤(2종류), 맥앤치즈, 매쉬드포테이토, 크랜베리소스, 그레이비소스, 애플피어소스, 당근샐러드, 젤리, 머시룸요리 등이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를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 줬는데 안타깝게도 이름을 다 외우질 못했다. 보기만 해도 푸짐하고 정성이 가득한 식탁이었다. 디저트로는 애플파이, 피칸파이, 펌킨파이 세 종류나 준비가 돼있었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미국요리 치고 담백하면서도 건강한 가정식이었다. 내 두 딸은 칠면조 요리가 맛있다며 두어 번을 더 가져다 먹었다.


교회에서나 구역모임에서 보면 미셸과 댄 부부는 너무나 금실이 좋은 부부였는데 오늘 보니 그 부모님의 영향인 듯했다. 그분들 역시 너무나 따뜻하고 배려와 유머가 넘치는 분들이셨다. 단지 교회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인데도 타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저녁을 대접하고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이웃에 대한 이타적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언제쯤 저런 친절을 자연스럽게 베풀 수 있는 날이 올까?


우려와는 달리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가면서 식사시간은 3시간 가까이 지나고 있었다. 노아(의사)가 다니는 병원 이야기, 그의 형 다윗(기장)의 공항, 세계 도시 이야기, 에티오피아와 한국 이야기, 나의 아이들 학교 이야기, 미국 문화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등등 우리는 소소한 주제들로 끝도 없이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정말 너무 편안하고 재밌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두 딸은 이 모임에서 유일한 미성년자여서 어른들의 대화에 끼지는 못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골든레트리버가 너무나 살갑게 아이들을 따라다면서 넓은 집에서 재밌게 놀 수 있었다.(참고로 댄은 수의사였다.)


미국인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그날을 항상 꿈꿔왔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내가 행복을 느꼈으니까. 미국에 살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 태도, 내 마인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대화를 나눠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정말 내 안부를 궁금해하고 내 얘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지. 따라서 내가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그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이 호응해 주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준다. 지금까지의 미국 홀리데이는 나에게 큰 의미를 주지 못했는데 이번 땡스기빙데이는 정말 정말로 해피 땡스기빙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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