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박우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프로그램에 현정화 탁구 감독이 22세 딸과 함께 출연했어요. 주변 친구들에 비해 엄마의 간섭도 덜하고 서로의 유대감도 덜한 모녀 관계가 고민이라는 딸에 대해 현정화 감독은 문득 말했습니다. ‘뭘 해도 나처럼 잘할 것 같아서’
반면, 몇 해 전 친모가 운영하는 공간에 어느 여자 손님이 방문했어요. 주변의 자연환경을 칭찬하던 손님이 자신이 요즘 거주하고 있는 타국의 환경으로 대화를 이어가자 친모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다소 하대를 하며 편하게 이야기하던 친모는 자신은 경험하지 못한 해외 스토리가 대화의 소재로 등장하자 별안간 말이 없어지며 고개를 한없이 떨구었어요. 나는 관심 없는 주제니까 다른 생각해야지가 아니라 내 주제에는 그 대화에 낄 수가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면서 친모가 오만과 위축의 양극단에 위태롭게 서있구나 느꼈습니다.
저의 과거는 어물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제 현재는 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며, 제 미래는 그리 미덥지 못하다는 제 부모의 시선이 늘 불편했습니다. 이제 그 차갑고 부정적인 시선은 그들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시선으로 자리 잡았을 거예요. 그리고 이 시선의 대물림을 막을 어려운 과제 앞에 서있습니다.
박우란 작가는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엄마의 시선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반영받지 못하면, 아이는 근본적인 소외와 존재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되고, 부정적인 평가나 피드백을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두려워하게 되지요. 안정적인 시선의 반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박우란
내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누구의 것일까요? 우리는 타인을 타인으로 볼 수 있고, 나를 나로 지킬 수 있을 때에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박우란. 제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신뢰로운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암중모색 살아가는 제게 당분한 이 말이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아요.
뭘 해도 나처럼 잘할 것 같아서, 현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