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지금 내 주위에 남은 친구는 몇 없다. 내가 개인적으로 진정한 친구아 생각하는 아이들은… 3명.. 아니 4명.. 생각해보면 좀 더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많지는 않다.
친구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만날 친구가 없는 날도 많다. 그래서 지난 날의 내 삶에 대해 반추햐보기도 한다. 난 주위에 머물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지 못한걸까.
아쉬움이 있다.
특히 대학생활 이전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는 거의 전무한 것 같다. 이런 사실이 혼자였던 나의 학창시절을 증명하는 것 같어 아프고, 부끄럽다.
이런 마음때문인지, 말을 한 마디만 나눠도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한 아이와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학고 다닐 때 친하게 지냈지만, 그때도 이미 그 아이의 여러면을 보고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며칠 전에 그 친구에게 미뤄둔 카톡 답장을 했다. 직전에 나눈 카톡에서 연애 문제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때도 당연히 위로해주었고, 이번에도 또 괜찮은지 물었다. 그런데 이 친구의 답에 묘하게 심기다 불편해졌다.
대화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터인지라,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대략. 나는 괜찮아졌는지 물었고, 그렇다고 친구가 답하자, 고생했다고 했다. 친구는 전에 나한테 상담 선생님을 추천 받아 갔으나, 아직 상담을 받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과에서의 진료와 처방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하길래, 나는 상담도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자신은 이제 원하던 직업을 가져서, 공부할 때 앓던 우울증이 많이 나아져 약을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 약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자신이 아무리 멘탈이 나가고, 힘이 들어도 이미지를 잘 지키고, 자신을 잘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 답을 읽자마자,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고,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난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마음이 괜찮은지, 편안한지가 우선이지, 남들 앞에서 이미지를 지키고,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단 스스로 편하도 봐야지, 남한테 잘보일지에 신경을 다 쓰면 어느 어느 겨를에 내 머음이 편해질 수가 있을까.
이런 말을 그 친구에게 해도, 바득 바득 우기며 아니라고 이야기할 게 뻔해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또 불편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 스스로 이미지를 잘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때로는 이불킥도 하게 되고, 나를 한심하고 못난 인간으로 기억할 누군가가 분명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는 애써 생각을 전환해보려 한다. 그 사람들의 생각이 뭐가 중요해? 그 사람들의 생각이 애초에 옳고, 타당해? 그렇지 않아.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지금 떠올려보니, 사실은
거의 매일 그런 생각을 반복하는 것 같다.
ADHD, 높은 충동성, 그리고 때로는 우울 상태에서 결극 폭발해버인 울분, 공황발작 승태에 이른 불안 상태에서 드러내고만 절박하고, 조급한 모습들.
내 행동들이 다 옳고, 멋지고, 떳떳하다는 건 정말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었고, 그 당시의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이라 생각할 뿐다.
그러니 자책보다는,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뭐 어때, 남은 내 삶에 그때의 행동들이 나쁜 영향을 아마도. 미치진 읺을 거야 하고 마는 거다.
그런데 이 친구가 자꾸 그런 말을 할때 내 마음도 흔들린다.
그리고, 이 친구의 이런 신념(?)은 10월말 내가 공황발작을 걲을만큼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그 친구가 내게 했던 지적(?)을 상기기킨다.
당시 나에게 예의 없게 행동하며 관계를 급작스레 종료시킨 남자분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무례하다고 한마디를 남기고, 친구에게 그래도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러자 왜 그랬냐며, 자기라면 쿨한 척 보내줬을 거아고, 그래냐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내 방식이 좋다고 하자 친구는 반박을 했고, 화가 나서 나는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 일을 고려하면, 괜시리 이 친구가 이미지를 거론할 때 그때의 난 못난 게 맞고, 지금의 자신은 못나지 않았다고 바득 바득 우기는 것만 같아 언짢다.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고, 와닿지도 않는데 같은 생각인 것처럼 말해주기 싫다. 더 이상은.
이 친구가 잘못한 것 같진 않은데, 자꾸만 기분이 나쁘다. 답답하다. 자신을 제어하고 이미지를 지킨다는 말도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 없다. 컴퓨터나 로보트도 아니고, 왜, 어떻게 그럴게 살아야 하지?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늘 잘 모르겠기에, 이런 생각들은 더 혼란스러운 것 같다.
이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