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늙어간다는 것
어릴 적, 아빠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갈 때면, 습관처럼 하던 일이 있었다. 도로 양옆의 가로수 꼭대기, 아니면 그 언저리에 있는 새집의 개수를 세던 일 말이다.
이 요상한 취미의 시작은 아빠 차의 뒷자리에 앉는 게 지겨웠던 겨울의 어느 날일지도 모르겠다. 휴대폰이 없던 어린 내가 차 안에서 시간을 때우는 방법이라곤 창 너머를 구경하는 게 제일 큰 재미였으니깐. 그 중에서도, 달리는 차창 너머에서 새집을 찾고 개수를 세는 건, 내게 일종의 게임이었다. 조금 어렵고 허나, 흥미진진한. 사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나무 꼭대기의 새집을 발견하고 찾는 건 중난이도이기 때문이다. 목도 아프고, 멀미도 나니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는 새집 속의 새들을 찾는 일이었다. 길에서는 흔히 보이는 새들이, 새집 속에 얌전히 있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다들 먹이를 찾으러 갔기 때문이겠지.
나의 요상한 취미이자 게임이, 꽤 오랫동안 내 유년 시절을 차지해왔던 건, 겨울에만 가질 수 있는 취미라서였다. 나뭇잎이란 옷으로 잔뜩 몸을 덮은 여름의 나무에선, 새집을 찾아볼래야 볼 수 없었다.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그렇게 나무가 옷을 하나씩 벗어댈 때, 그제야 새집은 모습을 드러냈다. 앙상한 나무 위에 버티고 있는, 주인 없을 그 새집이 참 좋았다.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나무라도, 구경거리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마냥 좋았다. 별 볼일 없던 겨울의 나무는, 새집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더 이상 새집의 개수를 세지 않는다. 새집의 개수를 세기엔, 휴대폰의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어졌고, 새집 속의 새를 찾기엔, 옆에 차가 나를 위협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창 너머를 보고 나무 위를 올려다보기보단, 앞을 봐야 할 일이 잦아졌다. 그렇게 겨울의 나무는 다시 말이 없어졌고, 눈에 띄지 않는다.
내 마음은 이렇게 말이 없는 것들로, 늙어간다. 어릴 적 나를 채우던 것들이, 서서히 나의 생활 속에서 휘발되어 힘을 잃는다. 이렇게 마음이 나이를 먹는다. 마음의 나이가 영원히 7살에 머물러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