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사랑이라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여러모로 굉장한 일인 것 같다. 서로 모르고 지낸 시간에 비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무척 무모한 행동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만큼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닌 마음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마음이 움직여서 하는 사랑은 무모하고, 무모한 사랑은 그제야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럼 마음이 움직이는 사랑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 역시도 마음이 여러 번 움직였던 적이 있었지만 번번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 같은 삶을 사는 내게 한 곳에 뿌리내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단 한 사람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만일 그 마음이 서로에게 닿는다 하더라도, 닿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을수록 서로 닿아있는 시간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짧았을수록 사랑을 하는 시간 또한 짧았다. 누가 유목민 아니랄까 봐 마음도 정착하지를 못한다.
정처 없이 떠돌던 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서 문득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는 사랑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결실을 맺지 못하고 시든 채 부서져버린 과거의 마음 조각들을 주워모은 후 설렘의 불씨를 상상 속에서나마 되살려보았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의미를 글로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행복이 넘실대는 하루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결국 내게 있어 사랑이란 두 사람의 마음이 닿아 평생을 약속하는 순간인 것 같다.
이런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나 자식을 낳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이 유한한 인간의 삶을 초월한 평생에 닿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겪어낼 아픔을 기꺼이 인내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은 줄어든 것 같다. 아픔이 두려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사랑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내적인 사랑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