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는 사이사이에 책을 펼쳐들고 성현에게 물으라.
'지칠 줄 모르는 욕망과 득이 없는 것에 연결되는 소망과 공포심 등에 쫓겨
괴로움을 겪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주).
아이야...
우리... 책을 펼쳐 성현에게 묻자.
엄마가 그랬듯, 지금도 여전히 그리 하듯 너희도 그러길 바래.
인생에서 난관, 시련, 역경없는 사람 없어.
그럴 때 네게 진리를 알려주고 진실을 보게 할 성현에게 네 이성을 맡겨보길 바래.
부모도, 친구도, 세상 어떤 지인도 들려줄 수 없는
널 위한 보석이 책 속, 성현의 말씀에 담겨 있단다.
그러니, 성.현.에게 물으려면, 네 삶의 해답을 찾아가려면 아무 책이나 펼치면 안되겠지.
'삶'을 배우겠다고 엄마가 '새벽독서'를 시작한지 벌써 7년이 넘었어.
그러다 보니, 엄마에게도 약간의 '보는' 힘이 생겼단다. 보는 힘이 생기니 선택하는 힘도 생기고 선택하는 힘은 엄마를 강하게 이끌어주고 있어. 학교에서 강의할 때도 학생들에게 삶의 기본이 될 책을 읽게 했어. 그리고 수업+책이 주는 효과에 대해 논문을 썼고 그 논문이 의외로 논문상을 받았잖아.
음.. 자랑삼자는 게 아니라
엄마가 지금부터 하는 말...
나름 논문으로 검증받은 학자의 확신도 담겨 있으니
흘려듣지 말라는 당부야.
책은 어떻게 언제 읽느냐에 따라 악서가 되기도, 양서가 되기도 한단다.
책이 문제는 아니야. 자신에게 맞지 않는, 또는 해석하지 못하는 지성이 아무 책이나 읽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있어. 하지만, 제때에 적합한 책을 읽는다면 지혜를 얻는 것에 책만한 수단도 없지. 그래서 엄마는 되도록 스테디셀러를 읽길 바래. 수백, 수천년간 세상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다양한 인류에게 인정받고 전해 내려온다는 건 그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겠지?
누구나에게 지혜로 흡수되는 책을 우선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베스트셀러나 네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이해도, 해석도, 삶에 대입하기도 수월하단다.
바닥을, 기본을 먼저 다지고 그 위에 탑을 쌓으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라는 공든탑은 튼실하게 버티겠지만
바닥이 부실한 채 탑만 근사하게 쌓으면
제 아무리 공든 탑도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질거야.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언제 느낄 것 같니?
대상(상황)이나 대인(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겠지?
대상에 어려움을 겪을 때엔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서,
대인에게 어려움을 겪을 때엔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그런데, 아이야 한 번 생각해 봐.
삶의 원리에 대해서 엄마가 아주 네게 얘기해줬지?
'관심받고 집중하는 곳이 커진다.'고.
'감각으로 전해진 감정은 네가 막을 수 없고 정신의 힘으로 통제, 조절된다'고.
그러니 심리적으로 우울한 사람이 심리학책을 읽으면 감정은 더 양분을 얻어 자기 몸집을 부풀린단다. 대개 사람들은, 감정이 버거울 때 심리학 책을 읽지만 오히려 '정신'을 강인하게 해줄 책을 읽어야 해. 물론, 심리적으로 순간은 위로받고 넘길 수 있어. 하지만 말이야.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해결, 처리해야 할 것은 외면하고 감정을 달래면(즉, 감정에 집중하면) 감정은 더 관심을 받고자 오래, 강하게 네게 머무른단다. 그러면 정신은 더 약해지고 감정은 더 강해지겠지.
결국, 근원적인 해결이 안돼.
상황에 대한 해석이 현명한 자는 감정에 매몰, 함몰되지 않지.
그러니 감정이 힘들 땐 정신을 강화시키는 책을,
정신이 허약할 땐 감정을 북돋워주는 책을 읽으렴.
몽테뉴를 읽으며 그가 탐구한 세네카를, 그리고 또 그가 주로 인용했던 플루타르코스를,
루크레티우스를 읽으며 그가 추앙했던 에피쿠로스를,
릴케를 읽으며 그가 흠모했던 로뎅을,
에머슨을 읽으며 세익스피어와 스웨덴보그를,
카잔차키스를 읽으며 니체를.
엄마는 다독보다 정독보다 체계적인 독서를 더 중요하게 여긴단다.
책을 읽는 이유는 '변화'를 원해서야.
'성장'을 위해서지.
십수년, 수십년을 살아오며 만들어진 관성이 어찌 책 1권으로 변화되겠니?
이해한 후 해석까지 해야 하고 삶으로 들이는데 어찌 1일 1권, 1년에 100권을 읽을 수 있겠니?
중요한 건,
권수나 '무슨 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네 삶을 변화시켜줄 적합하고 적절한 책을
네 삶의 매커니즘에 대입하여 읽어내는 것이야.
순간의 변화는 뭐, 이러나 저러나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지속에서 영속적인 변화의 흐름을 타려면 책이 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는 엄마의 판단보다 성현들의 판단을 더 믿어. 카잔차키스를 읽으며 그가 찬양했던 니체를 다시 펼쳤단다. 최근엔 몽테뉴를 다시 펼쳐 읽으면서 그가 탐구한 세네카와 플루타르코스도 다시 펼쳤어.
아는 것이 부족한 엄마가 이 책을 읽을까 저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시간에
성현들이 탐독한 책을 그냥 펼치고
그들이 걸었던 사고의 행보를 따라가지.
그래서 엄마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단다.
항상 책에는 진리가 있고
그 안에 지금 나의 상황에 너무나 적합한 해답이 담겨 있다는 걸...
그러니, 네가 선택하지 말고 성현이 선택한 책을 펼치렴.
엄마는 여전히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야.
앞서 말한대로 성현들이 탐독한 책을 따라 가다 보니 끝이 없어.
그리고 너무나 재미있고 의미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
몽테뉴, 세네카, 에머슨 등 많은 철학자들이 거론한
오비디우스, 호라티우스, 호메로스 등은 지금 읽다가 멈추다가 또 읽다가 멈추곤 한단다.
소화가 안되거나 너무 벅차면 그냥 잠시 멈춰.
이해가 어려울 땐 다른 책으로 그 틈을 메운 후 다시 펼치고
너무 가슴이 터질듯이 벅차면 잠시 쉬었다가 읽지.
책은 삶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이니까.
특히, 오바마와 마이클잭슨이 찬미했던 에머슨은 책을 계속 읽다보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또 읽지 말아야 할지도 알 수 있다면서 나폴레온과 스웨덴보그, 세익스피어, 괴테, 플라톤 읽기를 권했단다. 엄마는 딱 5인물만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여러 책들을 보면서 이들의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단다.
마치 엄마가 초등학생이 되어
에머슨이 쪽집게 과외처럼 골라준 그들의 책을 읽었지.
간디가 추앙했던 소로우를,
소로우에게 영향을 받은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에머슨을,
케인즈를 읽으며 버지니아울프를,
플루타르코스가 탈레스를,
나폴레온 힐을 읽으며 오그만디노와 그 시대를 함께 했던 성공학자들의 책을,
제인로버츠를 읽으며 그가 권해준 리처드버크를,
그런 식으로 책을 읽어나갔어.
그러면 우리가 살면서 꼭 알아야만 하는 자연, 우주, 인간의 신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단다.
또 내가 궁금해하는 학문을 아주 기초부터 찬찬히 읽어나갈 수 있었어.
우리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
그런데 과학을 너무 신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
이성에도 직관, 통찰, 창의와 같은 추성성을 띈 이성이 존재할 때
바로소 진정한 '인간의 이성'이란다.
철학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해.
철학뿐만 아니라 경전에는 위대한 인간을 키워낸 정신이 담겨 있단다.
공자의 말씀을 주자가, 귀곡자의 처세가 관계의 정석을 알려주니 말이야.
소로우 역시 초서와 시경을 권했다는 거 아니?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드로스대왕을,
플루타르코스나 애덤스미스, 몽테뉴를 읽으면 인간본성에 대한 너무나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그리고 우리 삶의 자세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엄마는 물론 여전히 기초단계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경전은 물론, 위대한 삶이 적힌 말씀들은 꼭 머리맡에 두고 삶이 널 곤란하게 할 때 꼭 들추길 바란다...
항상 원석을, 본질을 다룬 책을 우선하여 읽어라.
삶은 그저 산수가 아니야.
함수, 미지수, 차수, 계수... 너무나 많은 수들이 숨겨져 있어.
이러한 삶의 표피나 만지작거리며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본질을 다룬 성현의 말씀을 바닥에 새기고 그리고 그 위에 필요한 것들을 배양시켜야 해.
중요한 얘기는 다 한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부탁할께.
원전을 읽는다면 분명 작가의 정신과 네 정신 사이에는 어느 누구도 끼어들지 않겠지만 우리가 그럴 수 없으니, 그렇다면 번역가의 사고와 사상과 인식이 끼어들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번역을 누가 했는지는 너무나 중요해. 천병희, 이윤기, 류시화님의 번역이라면 믿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엄마는 네가 엄마의 이 편지를 잘 새겨 네 소중한 인생에,
하나뿐인 값진 삶을 제대로 잘 쓰이게 가꾸길 바래.
성현의 말씀에 꼭 귀기울이며
항상 삶의 굴곡을 지혜로써 타고 넘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귀한 글들을 많이 읽으면 좋겠어.
엄마는 40이 넘어 읽기 시작했으니 참으로 아쉬움이 많더라구....
주> 쇼펜하우어 인생론, 쇼펜하우어, 나래북
# 이제 성인이 된 2아이를 위해 2년간 쓴 30통의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지담연재]
월 5:00a.m. [짧은 깊이]
화 5:00a.m. [엄마의 유산]
수 5:00a.m. [필사 - 사유의 손끝에 철학을 품다]
목 5:00a.m. [영혼의 노래]
금 5:00a.m. [나는 시골이 좋습니다.]
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조용한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