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저...
그게...
한 단어를 떼기가 힘겨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 이게 적당한 단어는 아닌데요...
한 문장 잇기가 깐깐한 사람이 있습니다.
말 앞에서 수시로 멈추는 사람.
이미 머릿속에 난 길을 언어로 만들지 못해
끙끙대는 사람.
사유가 난잡해서도 혼잡해서도,
말을 못해서도 아닙니다.
너무 깊이 내려간 사유를
다시 끌어올리느라 애쓰기 때문입니다.
이쪽 끝에서 시작한 생각을
저쪽 끝까지 끌고 가려다
말이 따라오지 못하는 순간에 부딪힌 것입니다.
결국, 말은 잇지 못해도
환하게 드러나는 치아로
이마에 올린 손으로
그녀가 말하려는 것을 저는 알아 차립니다.
그녀의 검고 큰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의 말을 쭉 흡입하여 자신이 가는 사유의 길 위에 놓고
기어이 이어붙이려 애씁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못하는데
이토록 명쾌하게 전하는 사람을
저는 처음 봅니다.
그녀가 말 앞에서 멈추는 것은
이미 있는 말을 꺼내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말이 될 때까지 멈춰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적당히' 주고받지 않으려
'굳이' 끙끙대고, 웃고,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 보입니다.
미간의 주름으로,
안경테를 올리는 손짓으로 다 들립니다.
저는 그녀를 '원석'이라고 부릅니다.
'석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가공되지 않아 어떻게든 빚어질 수 있는 사람.
만들어진 자신을 깨부수어
기어이 존재의 본연까지 닿으려는 사람.
쉽게 말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사유의 흐름을 순간에 두고서 언어를 찾는 사람.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사람
하지만
끝내 놓지 않는 사람.
저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드러나는 그 자체로 이미 존재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드러내지 않아도 그저 투명하게 보여지는 사람이라고.
말이 나오기 전의 사람.
당신은 이미 충분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있어도 된다고.
이미 다 전해지고 있다고.
당신이 가는 그 길이 너무 맑다고.
1년여전부터 저와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며 읽고 쓰는
그녀에게 제 마음을 이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어 쓴 글입니다.
2026. 3.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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