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론(利己論) - 프롤로그
내 나이 50.
흔히 말하는 '인생이모작'을 시작하는, 누군가는 정년퇴임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인생을 정리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고.. 50이라는 나이에 대해 누군가는 많다고도, 누군가는 이제 시작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정신연령이 낮아서 아직도 나는 내가 20대인 줄 착각하며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고 내 눈에 포착된 무언가에 좀 별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아이같은 구석도 많고 또 때로는 할머니보다 더 할머니스러운 말들로 사실 난 나이와는 무관한, 그저 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이라는 나이에 알아야 할 것들은 알아야 하고 지녀야 할 것은 지녀야 하며 지켜야 할 것, 내놔야 할 것, 버려야 할 것, 익숙하게 체화되어야 할 것, 그렇게 '어른'이라는 무게의 책임에서만큼은 뒤처지면 안된다는 명제에 있어 나는 나에게 강제한 의무를 다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그 책임에 대한 의무 가운데 하나의 실천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오늘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글은 40대 후반부터 시작한 지독한 4년간의 책공부가 나에게 알려준 15가지의 원리를 비롯한 삶의 기본적인 지식을 세상에 내놓으려는 시도이다. 나이 50에 기껏 4년의 책공부가 뭐 대수겠냐마는, 게다가 더 연륜있는 분들이 내 글을 보면 아직도 깨달음이 먼데 건방지다 할 수도, 숫자나이가 적은 이들에겐 ‘도대체 무슨 말이야?’라며 이질감을 갖기도 다분한 글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글을 통해 누군가를 감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지천명', 하늘의 명을 알아야 할 나이에 걸맞은 옷을 입고자 하는 나의 단순한 바람과 혹여나 방황하는 나와 비슷한 이에게는 나의 삶으로 자신의 삶의 성장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는 점이다.
본 글은 원리를 다룰 것이다.
원리란 진리를 추구하는 기본적인 이치이다.
따라서 불변이기에 삶의 궤도에 있어 중심의 기준이 된다 하겠다.
삶, 인생, 인간이라는 거창한 주제아래서 불변의 원리를 알고자 찾고자 깨닫고자 했던, 아니 책을 읽다보니 그러한 가르침에 고개숙이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지독했던 지난 시간들은 나에게 결코 변하지 않는, 그래서 따라야 하는 원리들을 알려주었다. 이불변응만변. 이라 해도 무관하겠다. 하나의 이치로 만가지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원리. 이러한 원리에 따라 가변적인 원칙이나 규율, 관습들이 삶의 곳곳에서 입퇴장하며 나를 거쳐갔고 원리를 중심에 두고 흐름에 따르는 삶이어야 인생이 비틀거리지 않고 제 갈길을 갈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간절함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글이란 것은 참으로 모순된, 묘한 것이다. 내가 쓰는데 남이 읽는다. 나의 사고를 타인이 공감해줘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읽고 이해하고 느끼든 상관없다는 무례한 발상은 없다. 내가 쓰는 글은 나의 창조물이며 이 창조물은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작은 점만큼이든 거대한 산만큼이든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는 명제 아래에서 감히 '원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나의 태도가 오만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담기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그간의 사고의 논리와 행동의 일관됨으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전제가 따른다.
글이 신뢰의 의복을 입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주체인 작가가 그 글의 주인될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이나 말이 아니라 그간의 행적들을 검수받을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브런치작가가 된 이후 지금까지 1년 5개월간 매일 새벽 5시 발행된 640여편의 글이 이를 대변해주면 좋겠다. 모든 글은 삶, 사람, 사유를 향하고 많은 글들에서 주장해온 화두의 일관성은 오로지 '사람' 특히, 개인의 발견과 성장이다. 개인이 모여 집단이, 조직이, 사회가, 국가가, 세계가 이뤄지는 것이니 가장 근원이 되는 개인, 사람, 즉 나에 대한 이해부터 제대로 해보자. 는 의도가 진하게 베어 있는 것이다.
나의 사상, 사상의 언어화작업인 글의 방향은 '사람'
특히, 개인의 성장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또한 시작은 기본부터여야 한다.
따라서, 원리는 삶과 삶의 주인인 개인의 기본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원칙을 알려주는 것보다 원리를 깨닫게 하여 원칙을 선택, 사용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삶의 효율이다. 원리를 기준삼고 이에 따라 자신의 삶을 가동시킨다면 누구나 자신, 자신의 인생에도, 나아가 우주가 원하는 '딱 자기의 크기만큼'의 조화에 이로운 자로 스스로를 세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기론(利己論)-주을 펼치려 한다. 자신(己)부터 이롭게(利) 세우는 것이야말로 자신은 물론 모든 것, 모든 이에게 우선되어야 하는 기본이라는 주장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개인의 성장은 전우주의 조화라는 거대시각에서 가장 기본이기에 전체에 이로운 것이며 개인의 성장을 위해 자기 자신부터 알아야 하고 바로 세워야 하며 삶의 방향을 설정, 나아갈 힘을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에서 죽음을 향하는 방향에서 '선택'으로 삶의 길을 개척한다. 모두가 그렇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는 현재 결과들의 결산이다. 결국 현재의 삶은 지나간 시간 위에 만들어지고 앞으로의 삶도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인간답게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 위해
지금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끄는 단 하나는 '선택'의 힘이다.
'기본' 즉, 원리를 알고 원리를 기준으로 한 선택은 반드시 힘을 지닌다.
왜?
우주가, 세상이, 자연이 그리 움직이니까.
나도 그것들의 구성체, 일부이니까.
결코 이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부터 나는 담담하고 진솔되게
지난 공부의 시간, 경험의 흔적들을 언어로 옮기는 작업에 있어 한줄한줄에 혼을 담아보려 한다.
본 글이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는 이들에게,
삶의 목적을 위해 묵묵히 걷는 이들에게,
삶의 자유와 행복, 나아가 에피쿠로스가 언급한 초월된 쾌락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독서가 단순한 지적유희를 떠나 삶의 든든한 뿌리의 양분이 되길 바라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이 누군가를 위해 남겨져 쓰여지길 바라는 이들에게,
자신의 하루가 채워져 흘러 넘치고 스며들어 세상에 보탬이 되길 원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그들의 삶이 성장의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이기론은 매주 월요일 새벽 5시 발행됩니다. 본 글에 대한 대화는 언제나 덧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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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서 주장하는 이기론(利己論)은 기존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과 차이를 둔다.
이기론(理氣論)은 이(理)와 기(氣)의 범주를 사용하여, 우주 속에 존재하는 현상과 인간의 실천의 문제
에 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