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 남기는 엄마의 유산 3
능력있는 사람은 시간을 배로 쓸 수 있도록 두줄, 세줄로 세울 수도 있었을텐데. 능력있는 사람은 일도 이일 저일 여러가지를 하듯이 시간도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저렇게 쓰면서 두세개의 인생을 살 수도 있을텐데 말이야.
그리고, 인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뭐가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 2가지가 있어. 시간과 대자연. 몸? 누군가는 장애로 태어나지. 돈? 이건 당연히 아니구, 환경? 누군가는 여기서 또 저기서 다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또 뭐가 있을까? 이래저래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것은 시간과 대자연밖에 없어. 그 가운데 인간이 통제가능한 유일한 것은 시간이구!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나중에... 아주아주 나중에...인생의 모든 시계가 멈췄을 때, 신앞에서 어떻게 인생을 살았는지 심판받을 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할 1가지가 있어야 심판이 공정해지겠지? 모든 인간이 한평생 살아온 것에 대한 평가기준이 '시간'이라면 어떤 비교도 변명도 못할 것 같아. 신은 '시간'을 잣대로 인간을 심판하지 않을까? 물론 시간은 계산하기도 편하잖아.
그래서 오늘은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해.
어떤 사람은 자신이 앞으로 50년을 더 살 것 같아서 그것을 시간으로, 분으로, 초로 계산해보고 놀랐대. '아니, 이렇게 많은, 엄청난 시간을 갖고 있는 인간을 감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도둑맞기 십상인데!'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계산해보고 나서 너무나 많은 재산이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대. 시간도 자신의 자원이잖아. 무료로 받은 자원.
감시하는 자가 없으니 시간은 자주 도둑맞나 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시간가는 줄 몰랐네'라는 말을 자주 하는 걸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이 어딘가로 가버린 것이지. 어디로 갔을까? 허공으로 사라졌을까? 아닐걸!. 시간도 자기 길이 가고 있으니 어딘가로 간거지. 4차원적인 발상이지만 어딘가로 갔다면 어딘가 도착했을테고..결국, 누군가에게로 내 시간이 보태진거지. 시간을 엄청 잘 활용하는 누군가에게로.
앞서 얘기했듯이 나중에.. 나중에... 네가 어떻게 인생을 살았는지를 심판받기 위해 신 앞에 서게 될 때,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보자! 공짜로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아끼고 귀하게, 꾹꾹 눌러서 잘 사용했느냐, 아니면 대충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남는 게 시간이라면서 그냥 흘러가게 냅뒀느냐?'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시간을 어떻게 소모했느냐에 인생을 살아온 모든 자세가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이에 따라 가치있는 인생이, 그렇지 않은 인생이 될 수도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쓰지 않으면 시간은 자신의 길을 따라 정말 제대로 귀하게 써줄 사람한테로 간다! 자기것도 못 챙기는, 게다가 사기당하고 도둑맞는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지.
도둑맞도록 방치한 개인의 잘못이 크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지 않겠니? 어떤 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계산해보고는 그렇게 많은 지출을 한 것에 놀랐대.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려 애썼지만 1주일 뒤 다시 계산해보니 별로 절약된 것이 없었대. 그래서 되돌려받을 요량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지난 1주일을 곰곰히 떠올려 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분명 자신은 시간을 절약하려 애쓰며 살았는데 그 어디서도 절약되지 않았고 되돌려지지도 않았던거야.
한마디로,
사람이 돈은 계산하고, 돈으로 사기를 당하면 분기탱천하고 분노하면서 이를 갈지만 황금같다는 시간은 계산도 안하고 사기당하는지, 도둑맞는지도 몰라... 참 이상하지? 이렇게 시간은 착각하게 해. 너를 놀려대지. 1년? 길지. 그런데 하루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아. 시간은 언제나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데 말야. 그리고 '쏜살같이'라는 말이 제법 잘 어울리는 것도 시간이야.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 언제 벌써 이 나이가 된 거냔 말이야?
엄마가 존경하는 세네카는 '세상에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확언하며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당부했어. 엄마의 생각도 이와 같단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우메한 탓에 종종 시간을 버리기도 뺏기기도 도둑맞기도 하기에 다소 유치하고 경망스럽고..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해봤어.
돈처럼 시간도 어떤 은행에 저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이런 발상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간은행을 만들었어. 이 은행은 무조건 복리로 불려주는 곳이지. 왜냐면, 랄프왈도에머슨이 알려줬거든. 신은 무조건 복리로 계산한다고. 그래서 엄마의 시간은행 역시 무조건 복리로만 불려서 되돌려주는 곳이야. 그리고 아주 철저하게 세심하고 알짤없이 정확한 곳이지. 여기에 시간을 저축하기로 했어.
음. 엄마가 했던 방법을 알려줄테니까 잘 들어봐. 아주 간단한 방법이야.
첫째, 하루를 30분 단위로 쪼개서 작성해 봤지.
지금 현금잔고가 얼마가 있는지 알아야 어디서 얼마를 저축할 수 있을지 아는 것처럼 똑같이 해본거야. 하루를 쪼개보니까 하루에 평균 3시간 정도의 시간을 늘 도둑맞고 있었더라구.
둘째, 그렇게 도둑맞은 3시간을 저축하기로 결정했지.
도둑이 가져가기 전에 내가 쓰기로 한거야. 여기저기 흩어진 통장을 다시 재정리하듯이 이 3시간을 빼려니 그간 관성처럼 지냈던 하루 일상도 다시 재배치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3시간을 한꺼번에 모았어.
셋째, 3시간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로 했어. 엄마의 경우는 책을 읽기로 했지. 4년 전쯤 일이야. 지금은 글쓰기도 같이 하면서 시간도 더 늘였지. 여하튼 일정 시간을 정해서 3시간을 그렇게 지켜낸거야. 복리로 불어난다잖아. 그러니까 안할 이유가 없지. 책과 글로 정한 이유는 양이 쌓이면 압축되고 폭발하여 질적인 승화가 일어난다는 원리 때문이거든. 책과 글을 통한 사유의 시간은 항상 바쁜 것들에게서 밀렸었는데 '이 소중한 것을 차곡차곡 쌓아보자. 책과 글은 삶의 가장 근원을 알려주고 시야를 넓혀주면서 깊이 사고하여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우니까.', 그저 젤 기본에 충실하기로 한거야. 또, 책을 읽는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모두는 책벌레라잖아.
넷째, 그렇게 하루 3시간 독서를 성공하면 1원, 2일이면 2원, 3일 4원, 4일 8원. 이렇게 숫자계산을 하기로 했어. 복리로 말야. 그저 재미로 시작했다 여기겠지만 엄마는 진리로 믿고 있는 것이 있거든.
'돈은 정신의 물질화'.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물질은 관념의 형상화'.
이것은 진리거든.
그리고, 인간의 본성상 눈에 보이는 정확하게 정량화된 수치는 꽤 느낌있어. 정리도 되고.
다섯째, 그렇게 100일을 했어.
습관을 만드는데 100일은 해야 하잖아. 그랬더니 글쎄, 정말 복리!!로 불어났는데 대단하더라구!. 3시간의 독서로 얻은 배움은 너무나 엄청났어. 지식의 축적, 사유의 시간덕에 불필요한 것들, 가령 느닷없이 벌어지는 일들, 감정낭비, 쓸데없이 기웃거렸던 만남 등 모든 것들이 정리되고 진짜 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알게 되었어. 결국, 불필요한 일로 소모되는 시간을 얼마나 많이 벌었겠니? 하다못해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도 시간, 돈 낭비잖아. 철저하게 지켜냈던 3시간이 이렇게 엄청나게 쓸모없는 일들을 다 몰아내버렸어. 어디 시간뿐이겠니? 감정도, 비용도 다 번거지. 1,2,4,8,16으로 불어나는 숫자는 100일이 되면 얼마가 되게?
아래 표를 봐봐. 놀랍지? 딱 100일만이야!
여섯째, 이렇게 100일을 하니까 또 다시 100일도 하겠더라구. 그래서 또 100일 더 한거야.
그렇게 엄마의 새벽독서 1500일을 넘겼고 글쓰기는 14개월을 넘기고 있지. 이 두가지에 집중하니 현재 불필요한, 쓸모없는 것들로부터는 해방되었어. 얼마나 많은 자산을 축적한거니? 하루 3시간X1500일=4500시간! 정량적인 것만으로도 엄청난데 비정량적인 부분, 그러니까 그 시간을 지켜낸 의지나 축적된 독서가 나중에 어떤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오겠니?
상상만 해도 흥분되지!!! 물론, 책을 읽는다고, 글을 쓴다고 저 위의 도표의 금액이 딱 100일 뒤에 통장에 들어오진 않아. 하지만, 어차피 통장의 돈은 안 찾으면 그냥 거기 있는 거잖아. 저 돈도 엄마는 그냥 시간통장에서 스스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언젠가는 이 꾸준함이, 질적으로 폭발할 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 이것이 바로 '정신의 물질화', '관념의 형상화'지. 꾸준한 축적은 반드시 어떤 보상으로 돌아와. 물론, 지금의 이 안정된 생활, 너희들이 잘 자라주는 것도 엄청난 보상이지.
간혹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그렇게 빠듯하게 쓰면 힘들지 않냐'고, '왜 그렇게까지 사냐'고 할거야. 이들은 정말 중요한 것을 모르는거야. 오히려 시간을 이렇게 분절시켜서 내가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훨씬 많은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열심히 사는 게 아니야. 정신없이 사는거지. 내가 주체적으로 시간의 주인이 되면 내가 나에게 쉴 시간도 스스로 줄 수 있어.
나태해지는 것과 여유있는 것은 다른 차원이거든.
겉으로는 비슷해보여. 미루면서 시간을 도둑맞는 것과 내가 나의 편함을 위해 시간을 허락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지. 시간을 소비하는 것과 투자하는 것의 차이이며 시간의 주인이냐 노예냐의 차이지. 그래서 오히려 바쁜 사람이 더 게으른 것이야. 시간을 분절해서 사용하고 우선순위에서 시간을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봐. 얼마나 여유있고 안정된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는지.
위의 6단계를 너도 꼭 해보길 바래.
그리고 반드시 우선해야 할 것을 정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고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야.
신독이란, 누가 보든 안보든 스스로 타협없이 지켜내는거야. 이렇게만 한다면 남들이 따라하고 있는 '아이젠하워의 시간매트릭스'는 굳이 필요없어. 저절로 되니까. 매트릭스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을 거기에 끼워맞춰서 사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나를 지배하게 할 수도 있지만 엄마가 알려준 6단계를 그대로 따라해 봐. 결코 시간이 널 지배하게 하지 않고 네가 시간을 지배하게 돼.
그리고 뭣보다 재밌어!!!
네게 가치있는 것, 가령, 건강, 자기계발과 같은 것들을 시간의 우선에 배치시켜서 무조건 그것에 일정시간을 투입하는거야. 음... 만약 어떤 행위를 5년이상 꾸준히 반복했을 때 그 행위가 네 인생전반에 도움을 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그럼!'이라 대답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을 시간 우선순위의 첫번째로 매일 반복하면 돼.
엄마가 권한다면 책과 운동이야. 네 몸이 가장 중요하거든. 신체와 정신. 이 둘을 늘 돌보는 것이 책과 운동이지. 엄마는 독서, 글쓰기, 만보걷기를 매일 하잖아. 당장에 효과가 없어 보여도 이로 인해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불필요한 것들이 인생에 진입하지 않도록 했고 어떤 경우에라도 맑은 정신으로 깊이 사고하며 몸을 바지런히 움직일 수 있게 된 듯해. 돈, 질병, 관계, 지식 등 이 모든 것들은 모든 이의 인생에 들락날락하는 것들인데 네가 맑고 깊고 넓고 건강한 몸을 가진다면 이렇게 드나드는 것들 가운데 좋은 것들은 네게 오래 머물고 안 좋은 것들은 자기랑 맞지 않다고 빨리 나가게 돼.
너는 소중한...귀한 토양이니까.
귀한 토양에서는 네 안의 꿈의 씨앗들이 더 튼실하게 자라지.
엄마에게 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란다.
하지만,
널 정말 귀하게 여겨야 하는 사람은 엄마보다는 너 자신이어야지.
귀한 사람, 귀하게 지켜내는 것이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의무겠지.
그래서,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소중히 잘 키워가는 사람이 가장 이타적인 사람이야.
귀한 사람은 귀하게 쓰는 게 세상의 계산이며 세상은 항상 이로운 방향으로 자체진화를 해.
너를 귀하게 대접하여
보다 안정되고 충만한 인생을 영원히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렴.
그러기 위해 꼭 일정 시간을 내어 가장 가치있는, 영속적으로 네게 보탬이 되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
올더스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을 읽으며 메모해 둔건데 너도 명심했으면 해서.
* 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 동서문화사.
* 랄프왈도에머슨, 자기신뢰철학, 동서문화사.
* 올더스헉슬리, 영원의 철학,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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