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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랩 Designtong Lab Oct 12. 2022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기본력은 얼마나 되십니까?

*스타일 (style) 좋네. 행동에서 드러나는 독특하고 일정한 방식이 좋네.

*방식이 뛰어나. 겉으로 보이는 일정한 격식 또는 적용 방법이 뛰어나.

*안목이 높네. 사물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이 특별하네.

*감각이 뛰어나고 싶어. 오감을 통하여 사물을 파악하는 일이 정확했으면 좋겠어.

*센스 (sense) 있게 해. 일에 대한 감각이나 분별력 있게 처리해.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의 한 사람인 영국의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Alfred North Whitehead)는 그의 저서 <The Aims of Education>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고 한다.

스타일 감각이 있는 행정가는 낭비를 싫어하고, 스타일 감각이 있는 엔지니어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스타일 감각이 있는 장인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스타일은 우리 마음속 궁극의 도덕이다.


여기서 디자이너는 어디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장인에 견주어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스타일 감각이 있는 디자이너는 3가지 모두에 해당되어야 한다고 본다.  낭비를 싫어하는 의뢰인의 필요를 해석하고, 맞춤형 소스를 설계하는 기획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상황(원고)에 대한 공부 없이 기술적인 능력으로만 정확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디자이너는 한 번에 통과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디자이너에게 있어 궁극의 스타일은 작업하는 과정 전체를 머릿속에 상상해 볼 수 있는 능력이어야 하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는 방식이 자신만의 것이라면 이 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고.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디자이너에게 향한다. 최근 나와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들은 전부 전공자가 아닌 분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내가 확인한 것은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아도 디자인을 잘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는 점이다. 물론 묵은지 같은 전공자로서 요즘의 디자인계열 교과 과정이 많이 달라진 점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비전공자가 작업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전공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디자인은 하면 할수록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작업이 시작될 때마다 알아야 하는 것이 생긴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해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디자이너로 남고 싶은 경력자와 비전공자가 현재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디자인을 전공하였든 아니든 디자이너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보면, 단계적으로 변화가  찾아온다. 그 변화에는 개인별 다양한 징조가 따르는 데, 나의 경우는 빈번히 찾아오는 정체기였다.  처음부터 나의 디자인 실력에 대한 것이 문제였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바로 적용이 안되고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상태로 초반 3년 동안이 가장 심했다. 회사 생활은 익숙해졌지만 디자인 실력이 늘지 않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는 멈춘 상태가 중간중간 찾아왔다. 몇 번의 도태될 위기를 버텨 현재에 이르면서,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면, 난 지금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 문제는 나의 기본기에 있었다. 


비전공자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그들의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배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아이디어 생성에 더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통적으로 크게 또는 적게 가지고 있는 문제가 기본기의 부족이었다. 최근까지 같이 일했던 비전공 디자이너는 면접 때 포트폴리오가 전공자를 능가할 정도로 아이디어는 좋았으면서, 막상 업무가 시작되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작업의 완성도가 여전히 떨어졌다. 왜 디자인이 답보 상태인지 본인은 잘못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을 터인 데, 본인의 판단이 너무 확실해 진짜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그 디자이너의 일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기본을 깔아 놓은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적용해야 하는데 아이디어에만 매달린다는 것과 무엇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는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기본기는 필수다. 기본기는 시간과 꾸준한 눈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늦어도 터득해야 만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불편하게도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해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을 확률이 높은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기본기에 대한 점검을 해 본 적이 있는 디자이너 또한 드물 확률이 높다. 자신의 디자인 기본력을 올리지 않으면, 아무리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온전히 표현해 낼 수 없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비전공자로서 자신의 기본력을 올리는 방법으로, 자기 점검부터 해보기를 추천한다. 점검법으로 내가 제안하는 해법은 작업 순서에 있다. '나는 어떻게 작업하는가?', '각 소스의 중요도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화면을 켜놓고 제일 먼저 어떤 소스부터 앉히는가?' 자신이 소스를 앉히는 순서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 순서가 완성도를 좌우한다. 소스의 중요도 순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우선 카피와 아트워크로 구성된 원고를 정리해 가면서, 의뢰사와 내가 만들 결과물에 대해 공부한다. 위 단계는 의뢰사의 필요와 기획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1단계를 거치면, 어떻게 대지를 구성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것을 가지고 칼럼과 마진을 이용해 대지를 설정하는 2단계를 진행한다. 

대지(도큐먼트) 설정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결과물로 가는 실제 기술적 작업의 시작이다. 이 단계에서는 완성되어야 할 결과물을 상상해 가면서 원고 소스를 앉히기 전, 실수는 없는지 확인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3단계는 본격적으로 소스를 앉히는 단계로, 순서는 카피 - 아트워크(사진 및 일러스트, 로고 등) - 배경 처리 - 지문 순으로 진행한다. 각 소스의 중요도 순이다. 4단계는 여러 개의 초안을 가지고 기획자를 포함한 디자인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는 단계로, 그 결과 2~3개의 안으로 좁혀지고 이 안을 시안으로 완성해 의뢰사에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진다. 피드백을 받을 때, 자신이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는 부분에 집중하면, 그 안에 나의 기본기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확인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보이는 행동이나 습관적 작업 방식이 어떤 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성격이나 작업 태도가 지금까지의 당신의 기본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간들인 만큼 작업물의 상태가 진척 없이 내용이 아닌 지문만 바꾸고 있을 때  라든지,  본인의 작업에 대한 설명을 못하는 등이 기본기 부족에서 나오는 작업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이너들마다 자신이 꽂힌 스타일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의 너무 뚜렷하다는 것도 기본기 부족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더하여 디자이너들의 개인별 성격도 작업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디자이너의 성격이 작업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객관적이기 어려워하는 것, 자신이 너무 주관적인지 모르는 것 또한 기본기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기본기가 탄탄하면, 자신이 만들고 있는 작업물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의뢰사나 기획자가 의도한 대로 만들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아래의 질문을 하나씩 자신에게 적용하다가 나의 기본기에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 어느 부분을 잘잘못 생각하거나 생각을 못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습니까?" 내가 작업하고 있는 것은 나의 만족이 아니라 의뢰사의 필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해 가면서 작업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왜, 이렇게 하셨습니까?" 기획자의 설계에 의해 생성된 소스마다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작업 과정에 적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내가 버무리고 있는 소스들 중에 무엇은 필수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무엇은 서포트를 하며, 무엇은 버려도 무방한지 확인해서 작업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중요도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작업하면 알 수 있습니다.

"작업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그 원인을 찾지 못해 지문만 만지작 거리며,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까?" 현재 작업하고 있는 도안에서 카피만 남기고 모두 지워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안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첫번째는 번호와 이름 중심, 두번째는 사진 중심, 세번째는 내용중심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내가 제시하는 문제와 그 해법을 보는 관점은 현존하는 디자이너의 수 만큼이나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디자이너마다 자신의 방법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본력을 기준으로 두고 자신의 작업 방식을 바라보면, 나와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전공자가 아닌 디자이너의 경우, 2~4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다져졌을 전공자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따라서 잘나가는 전공자의 능력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볼 필요와 그 기본기를 따라잡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더욱이 대학별 교과 과정의 다양함은 비전공자들이 경험하기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것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충분히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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