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날씨, 있는 그대로
제주도는 섬인데 거기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갈 수 있는 '섬 속 섬'이 존재한다. 우도, 가파도, 마라도 등이 그런 곳이다. 우도는 제주의 동쪽 끝에 위치한 제주에서 가장 큰 섬이고,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우도는 겨울에 갔는데 이 날에는 먹구름도 끼고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날씨 때문에 우도에 갔을 때에는 많이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제주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도에 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운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주에 살다 보니,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제주만의 특징이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또 그 자체로 멋스러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도에 도착하면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관광을 하면 된다. 우도에서는 바다를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바다마다 특징이 다르다. 우리는 홍조류가 모래가 된 홍조단괴해변, 모래가 검은 검멀레 해변을 보았다.
모래는 보통 광물입자가 부서져 만들어지는데 이 홍조단괴해변은 홍조류가 굳어져 부서진 바다라고 한다. 홍조류가 부서졌기에 알갱이 입자도 컸고 더 하얬다. 홍조류로 이뤄진 백사장은 드물어서 세계에서 보호하는 바다라고 했다. 모래도 모래지만 바다빛도 예뻤다. 제주에 바다는 많지만 홍조단괴해변은 유난히 바다가 맑고 에메랄드 빛이었다. 바다를 보고 너무 좋았지만 이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도봉을 가는 길, 둘레길에서 사자바위를 보았다. 사자바위는 사자의 머리 모양을 닮아서 사자바위라는 모양이 붙어졌다. 솔직히 우도의 지도를 보고, 우도가 소가 누운 모습을 닮았다는 말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사자바위의 모습이 사자를 닮았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었다. 갈대밭이 누런 땅을 만들고 있어 더욱 사바나 일대에 위엄을 지키고 있는 사자 같아 보였다.
우도봉까지 간 후에는 다른 바다인 검멀레 해변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악천우가 너무 심했고 바람이 심한 제주답게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제주의 바람은 평범한 성인이 떠밀릴 정도의 강도인데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의 해풍, 신기하기도 했지만 놀러 간 날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검멀레 해변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왔다. 검멀레 해변의 '검'은 검다에서 나온 말이고, '벌레'는 모래가 와전된 말이고 모래가 검은 이유는 화산암이 풍화되어 검은 모래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도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내가 갔을 때에는 날씨가 워낙 안 좋았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홍조류 모래나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은 신기했고, 무엇보다 제주라는 섬 안에서도 섬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제주는 폭발과 바다, 풍화작용을 모두 볼 수 있는 자연의 총집합체인 것 같았다.
우도 하면 생각나는 우도땅콩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강한 제주해풍을 맞고 자라 그런지 더 고소했다. 그래서 우도땅콩으로 만든 로쉐초콜릿이나 우도땅콩이 들어간 밥을 먹으면서 우도의 향기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우도는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는데 우도가 아닌 제주에서도 우도를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