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숙희 Feb 01. 2024

고향방문

(유년시절 등하굣 길)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는 광주광역시가 있다. 이곳은 나의 출생지가 되고 친정식구들과 20년을 넘게 살았던 나의 고향이 된다.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오빠와 동생이 아직까지 살고 있다.



 전라도사투리와 억양은 언제 들어도 정감이 묻어난다. 가족친지 간에 핏줄을 따지듯, 같은 땅에서 살았다는 이유가 애틋한 감정을 품게 한다. 언어와 음식에는 고향에 대한 인식을 뛰어넘어 확연한 차이를 가져온다. 다른 지역에서는 들을 수 없는 특유의 방언과 성장하면서 먹었던 향토음식은 내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광주에 살고 있는 친구 미경이를 찾아갔다. 작년가을 농사지은 팥과 들기름 한 병은 그에게 줄 정성이 담긴 선물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사투리 섞인 말로 환영한다. 미경이는 언제 만나도 마음이 시원하게 통하는 친구이고, 인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사느라 행여 유행에 뒤질세라, 만날 때마다 유행에 맞는 옷이며 모자를 선물해 준다. 가끔씩 농사지은 것을 맛보라고 조금 줬을 뿐인데 절대 그냥 보내지 않는, 마음이 따뜻한 좋은 친구다.


 광주 풍암동 맛 집에서 미경이가 맛있는 점심을 사줬다. 그 식당의 메인 요리인 ‘소머리 곰탕’이 고품격 놋그릇에 담겨 나왔다. 뜨거워서 후후 불어 한 입 입에 넣는 순간, 맞아! 이 맛이지. 남도음식의 감칠맛이 미각을 사로잡았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몇 시간이 말없이 지나갔다.


“먹어봐야 동네 튀김집에서 샀당께.”

종이봉투 속에는 바삭하고 고소한 오징어, 고구마, 잡채튀김이 먹음직하게 들어있었다. 소녀시절에 먹었던 옛날 그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하였다. 입맛은 속일 수가 없다. 정직하게 응대하는 추억으로의 귀환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광천 터미널을 향해가는 길목에는 추억의 그림자가 깃들어있다. 언제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따뜻한 고향이 있어 행복한 마음이고, 더 나아가서는 각박한 세상에 쉼의 여유를 찾게 하는 공간이기도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벌써 다되었다. 건강이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고향에 대한 귀소본능도 함께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곳이 그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