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두 달간 한국을 방문했다. 공항에서부터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다.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이 뭐냐?‘라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을 듣고 아빠의 차는 곧장 돼지국밥 가게로 향했다. 우리가 신나게 돼지국밥을 먹는 동안 엄마는 부족한 반찬을 계속 채워 나르시고 국물이 뜨거워서 잘 못 먹는 딸의 돼지국밥을 후후 불어 식혀주셨다. 시부모님 댁에 방문했을 때도 미국에서는 먹기 어려운 반찬들로 식탁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우리를 데려가주셨다. 연세가 어느새 아흔이 가까워진 외할머니를 뵈러 문경에 방문했다. 2박 3일간의 방문 동안 근처에 사는 막내 이모네 가족이 우리 가족을 어찌나 알뜰살뜰 챙겨주시던지. 매 끼니마다 시골의 인심이 넘쳐났다.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방문하고 많은 시간을 보냈던 문경인데, 서른이 넘어 내 아이와 함께 오니 너무나도 다르게 보였다.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가는 곳마다 감탄을 했고, 그 결과 내 휴대폰 카메라는 쉬지를 못했다. 그렇게 막내 이모의 지휘 아래 문경 곳곳을 관광하고 다녔다. 미국 대사관에 방문해야 해서 서울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서울에 사는 삼촌에게서 연락이 왔다. 삼촌은 퇴근 후에 우리 머무는 호텔이 있는 곳으로 1시간을 넘게 달려오셔서 우리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시고, 조카 손녀에게 용돈을 쥐어주시고는 다시 돌아가셨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너무나 간절히 만나서 수다 떨고 싶었던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재회했다. 초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아이 낳고 다녔던 문화센터 친구 등 아주 골고루 만나고 왔다. 어느새 어엿한 직장인이 된, 엄마가 된, 열심히 꿈을 좇고 실현 중인 친구들은 오랜만에 내가 한국 들어간다는 소식에 정말 고맙게도 다른 일정을 뒤로한 채 나를 만나러 나와줬다. 깔깔 웃으며 수다 떠는 그 모든 순간이 나를 그들과 함께했던 과거의 그 순간으로 데려다 놓았다.
나에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은 현재 진행형이라기보다는 과거형으로 느껴진다. 물론 미국에 온 이후로도 가끔씩 안부를 묻고 통화를 하긴 하지만 그들과의 대부분의 기억은 다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요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내가 나이기에, 나였기에 나는 그들에게 가득 차다 못해 넘치는 사랑을 받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가득 채워진 사랑으로 나는 이 낯선 땅에서 (아니 어쩌면 더 편해지고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외로운 이 땅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요즘 나 스스로가 좀 못나보여도 괜찮다.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해도 괜찮다. 인생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게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비행기 15시간 거리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