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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Oct 30. 2024

(원서리뷰) Lessons in chemistry

보니 가머스(Bonnie Garmus)

(책을 읽고 제 감상만 주로 적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출시하자마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소설로 알고 있다. 히든피겨스가 바로 떠오르게 되는 시대에서 오는 성차별과 유리천장, 고정관념을 벗어난 여성 주인공의 고군분투 이야기이다. 


1950~60년대 미국이 배경으로 당시 여성의 보편적 삶의 모습, 학계, 업계에서 여성의 대우, 특히 여성 과학자에 대한 시선,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모습, 결혼하지 안(못)하고 자식을 키우는 싱글맘의 삶, 여성 간 갈등 및 연대,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  등 정말 '여성'을 주제로 건드릴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룬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이 놀라우면서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모든 주제를 다루기에는 소설이 너무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음미하며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고 싶은데, 휙휙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읽고 나서 떠올랐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 가득 들어차게 된다. 


나는 비록 아쉽다고 표현했지만, 누군가는 다시 읽고 싶어지는 포인트일 수 있고, 그만큼 알찬 주제라는 점에는 틀림없다. 


소설이지만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 똑같진 않아도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떠올리게 되면서 소설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또한 주인공 자체가 매우 당차고, 어찌 보면 순수하고 외골수이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지만 참 귀엽고 응원하게 되는 면모가 있어 또 한 번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읽다 보면 주인공과 주인공의 파트너에 대한 밝혀지지 않았던 일들이 드러나는 구조여서 진행이 정말 빠르게 되어 가독성이 좋은 점은 이 책의 크나큰 장점이다.


우리가 사는 2024년에도 당연히 불평등이나 사회 부조리는 존재한다. 아마 형태와 정도만 다를 뿐 여러 사람이 부대껴 살아가는 이 세상에 나쁜 모든 것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소통하고 어우러지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들 간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좋든 나쁘든 무엇이든 피어오르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다. 


그러므로 어느 시대나 나만의 신념으로 나만의 길을 가는 일은 한 번도 쉬운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가 삶이 힘들어~!라고 외치며 살아가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대의 불합리한 요구에 쉽게 물들어 버리거나, 불평불만 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멋진! 모든 사람들은 다 힘든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억지로 힘내라 이겨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자신을 지켜가며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쉽지 않은 일이며 존경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로 이 책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나와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존중해 주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자신을 스스로 추켜세우고, 그 길에서 내 사람이 너무 힘들어 보일 때에는 짐을 좀 덜어주세요.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예스 24 작가 소개 발췌) 소설가. 올해로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문학계의 후발 주자다. 그녀의 데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0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보니 가머스의 원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였다. “올해의 출판 센세이션”이라는 평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영국에서 16개의 출판사가 경쟁한 뒤 데뷔작 사상 가장 높은 계약금 200만 달러(한화 약 25억)에 출판권이 계약되었다. 출간 후에는 아마존 4.7점, 굿리즈 4.5점의 기록적인 평점을 달성했다. 현재는 3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애플 TV는 이 소설을 브리 라슨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영국에서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야외 수영을 즐겨하며, 조정 선수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시애틀에 살다가 두 명의 딸과 남편 그리고 강아지 99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더욱 이 책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65살의 후발 주자!이지만 현시대에서 많은 세대가 즐기는 이야기를 풀어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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