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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청가람
Oct 13. 2024
#단상9. 우리가 사랑한 것들
꽤나 여러해가 지난 모양이다.
까맣게 잊고 지냈으니 말이다.
따가운 가을볕을 막아주던 유일한 가림막이던 창문을 조용히 내린다.
바람이 밀려들어오고, 머리카락은 제 멋대로 춤을 춘다.
가을볕이 닿은 피부는 이내 빨갛게 익어가는 듯하다.
그래도 창문을 닫지 않고 폐부 깊숙이 숨을
들여
마신다.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어지럽다.
순식간에 몇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우리가 뜨겁게 사랑했던, 그 때 그 시절로....
"변한게 없구나"
그대로 있어준 이 곳의 모든 정물들에게 감사함을 가득 담은 혼잣말을 내뱉는다.
미러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머리엔 어느새 흰머리가 내려앉고, 눈가엔 주름이 패였다.
당신과 사랑하던 시간엔 없던 것들이었는데
나만 이렇게 변한걸까?
이곳의 정물들은 당신과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말이다.
혹시, 당신도 우리가 사랑하던 그시절 그대로일까?
정말 나만 이렇게 멀리 와버린 것이라면 어떻게 하지?
나 혼자 이렇게 변해버린 거라면, 어떡하지?
이리도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사랑한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있었을텐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때문에 헤어졌던걸까?'
이별의 이유는 집에 도착할때까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의 기억만 선명해졌을뿐이다.
꺼내볼 수 있는 기억과, 계절, 그리고 정물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당신은 잘 지내고 있을까?
헤어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다음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렸다면,
어쩌면, 당신이 빙그레 웃으며 내리지 않았을까?
그럼 우린, 지금도 함께 였을까??
문득 당신이 그립다.
하루의 기억(감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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