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자의 일상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지만, AI 개발 업무를 하면서도 일태기나 번아웃이 찾아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최신 논문을 읽고, 다양한 유즈케이스를 조사하며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과정이 매우 즐겁다. 기술의 발전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내가 만든 모델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일이 점점 많아지고 바빠지면, 재미보다는 마감일에 맞추어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급급해질 때가 온다. 그럴 때면 "그래, 사실 코드만 제대로 돌아가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일하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된다. 결국 AI 기술의 학술적 의미나 비즈니스 문제 해결의 성취감을 잃어버리고, 단순히 코드가 안전하게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갇히게 된다.
때로는 기술의 빠른 변화가 번아웃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잡아야 할 연구와 기술이 너무 많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 또 다른 기술이 발표되는 상황이 계속된다. 여유가 있을 때는 즐겁게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지만, 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꼭 바쁘지 않더라도 때론 반복적인 업무로 인해 지루해져서 소위 일태기가 오기도 한다. 프로젝트가 바뀌더라도 AI 모델 개발의 사이클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결국, 리서치와 데이터 수집, 실험, 모델 학습 및 평가라는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마치 챗바퀴를 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젝트 루틴 속에서, 가끔 "지금 이 일을 정말로 즐기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반복적인 사이클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며, AI 분야에 대한 열정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을 받게 한다.
아직까지 번아웃을 완벽히 피할 수 있는 해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이 있다.
우선,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휴식을 찾으려 노력한다. 한적한 곳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없이 오로지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하는데, 캠핑이나 글램핑 같은 야외 활동이 그 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머릿속이 환기되고 복잡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쉬는 느낌을 받는다.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업무와의 적당한 거리 두기도 효과적이다. 물론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퇴근 후에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통해 업무를 온전히 잊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잠시 멀리하는 것은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고 재충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논문을 읽어보는 것이 유익하다. 바쁜 일정 속에서 짬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새로운 내용을 접하게 되면 "내가 이 일을 왜 좋아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고 실험해 보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때면 번아웃이 해소되고, 다시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긴다.
개발 자체를 좋아한다면, 다양한 개발 언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용해 보면서 새로움을 느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에 접하지 않던 언어로 간단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거나 AI와는 조금 다른 분야의 기술을 시도해 보는 것에서 기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AI 외에도 개발자로서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스스로도 더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AI 개발 업무를 하며 일태기나 번아웃은 반복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꾸준히 동기부여를 찾으려 노력한다. 이 일을 하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즐기는 순간들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